째진 눈에 관광객처럼 묘사…美일간지 만평, 뉴욕시장 후보 인종차별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6일 15시 39분



미국 뉴욕의 한 일간지가 이번 뉴욕시장 선거의 대만계 유력 후보 앤드루 양(46)을 소재로 만평을 냈다가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뉴욕에서 25년을 살아온 미국 시민인 그를 아시안 관광객처럼 묘사한 게 문제가 됐다.

뉴욕데일리뉴스는 24일 만평에서 맨해튼 관광명소인 타임스스퀘어 전철역을 앤드루 양이 뛰어나오는 장면과 이를 본 여행 기념품 가게 상인이 “(팬데믹 이후 사라졌던) 관광객이 돌아왔다”고 말하는 모습을 담았다. 양 후보의 눈은 미국에서 아시아계를 비하할 때 자주 사용하는 째진 모습으로 그렸다. 양 후보를 뉴욕 시민이자 시장 후보가 아닌 관광객인 것처럼 풍자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

이를 보고 앤드류 양의 아내인 이블린 양(40)은 트윗과 기자회견을 통해 분노를 표출했다. 그는 “내 눈을 믿을 수가 없다. 나와 아이들이 뉴욕에서 태어났고 앤드루도 25년을 여기서 살았는데 관광객으로 취급했다”며 “뉴욕에서 아시아계가 16%인데 아시안 증오범죄는 900% 늘어났다”고 비판했다.

이블린은 또 “우리는 헬스키친에서 15년 이상 살았기 때문에 타임스스퀘어가 집에서 매일 같이 가는 전철역”이라며 “이게 지금 왜 카툰의 소재가 됐느냐. 이것이 왜 웃기냐. 이는 인종차별적”이라고 지적했다. 앤드류 양은 최근 방송에 나와 뉴욕 지하철역 중 타임스스퀘어역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를 두고 일부 시민들은 관광객이 바글거리는 이곳을 좋아하는 앤드류 양이 진짜 더 관광객 같다고 조롱했다.

앤드류 양은 이에 대해 25일 성명을 내고 “나는 다른 의견에 개방적이고 정책에 관한 대화는 언제나 환영한다”면서 “하지만 인종 때문에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폭행당하는 시기에 언론이 나를 이 도시의 외국인으로 묘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고 인종차별을 묵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데일리뉴스 측은 앤드류 양이 실제 뉴욕시에 대한 식견과 경험이 모자르다는 점을 꼬집기 위해 일부러 그를 관광객처럼 묘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해 미 대선에서 민주당 경선 후보로 나서며 인지도를 쌓아올린 앤드루 양은 이번 시장 선거에서도 한동안 당내 1위를 유지하다가 최근에는 에릭 애덤스, 캐스린 가르시아 등 다른 후보들과 접전 양상을 벌이고 있다. 뉴욕시장 민주당 경선은 다음달 22일로 여기서 이기면 사실상 본선에서도 승리가 확정적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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