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박물관인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 228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박물관장이 임명됐다.
르몽드 등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26일(현지 시간) 미술사학자 로랑스 데 카르(55·사진)를 신임 루브르 박물관장으로 임명했다. 데카르는 2013년부터 루브르를 이끌어온 장 뤼크 마르티네스 현 관장 후임으로 9월 1일부터 관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1793년 루브르 박물관이 개관된 후 여성 박물관장은 처음이다.
데 카르는 사회현안을 예술을 통해 알려야 한다는 철학을 가진 미술사학자로 유명하다. 데 카르는 1966년 파리 외곽 안토니 출생으로 문학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할아버지 기 데카르는 소설가, 아버지 장 데카르도 언론인 겸 작가로 활동했다. 그는 파리 소르본대, 프랑스 최고 예술문화교육기관인 에콜 뒤 루브르(Ecole du Louvre)에서 19, 20세기 미술사를 공부한 후 1994년 오르세 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위대한 박물관은 역사와 사회를 직시해야 한다”고 자주 말해왔다. 사회 이슈와 예술, 미술 전시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명성을 얻어 2014년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을 거쳐 2017년 파리 오르세 미술관장으로 임명됐다. 루브르박물관을 비롯해 오르세미술관, 베르사유 궁전, 퐁피두 센터 등 프랑스 유명 공공 박물관장은 대통령이 선임한다.
그는 2019년 19세기 서양회화 속에 담긴 흑인여성들의 표현방식을 주제로 전시를 열어 인종 문제에 메시지를 던졌다. 독일 나치에 의해 약탈된 예술작품을 반환하는 활동도 주도했다. 올해 3월에는 오스트리아의 유대인 가문이 소장하고 있다가 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38년 나치에게 빼앗긴 구스타브 클림트(1862~1918)의 풍경화 ‘나무 아래 핀 장미’가 원 주인에게 반환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BBC는 “오르세미술관은 나치에 의해 약탈된 그림을 자발적으로 복원한 최초의 프랑스 박물관이 되면서 데 카르도 주목을 받게 됐다”고 전했다. 오르세미술관을 찾는 젊은층도 크게 증가해 2019년에는 최다방문기록(370만 명)을 달성했다.
데 카르 임명으로 루브르 박물관이 젊어질 것이라고 르몽드는 전했다. 데 카르는 “루브르 박물관 전시 역시 사회의 주요 이슈들을 반영해 기획하겠다”며 “젊은 관람객을 늘리기 위해 오후 5시 30분에 문을 닫는 루브르박물관의 개장 시간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전시면적 7만3000m², ‘모나리자’를 포함해 50만 점의 예술품을 보유한 루브르박물관은 연간 100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는다. 지난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폐쇄와 재개방을 반복해왔다. 지난해 10월 말 문을 닫은 후 7개월 만인 이달 19일 다시 문을 열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