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57)가 한때 최측근이었지만 지난해 11월 결별한 도미닉 커밍스 전 총리 최고 수석보좌관(50)의 폭로로 정치생명의 위기를 맞았다. 의회에 출석한 커밍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 총리의 부실 대응으로 수 만 명이 희생됐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BBC 등에 따르면 커밍스는 26일 하원 보건사회복지위원회 청문회에 등장해 “지난해 2월 총리는 코로나19를 단순히 겁주는 이야기로 여겼다. 새로운 ‘돼지 독감(swine flu)’이라고도 했다”며 “총리가 TV 생중계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것까지 고려하며 사람들에게 겁낼 필요가 없다고 알리는 것을 원했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는 실제 바이러스를 주입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3월 말 감염돼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회복했다.
커밍스는 “국민들이 정부를 필요로 할 때 정부는 실패했다”며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존슨이 그 자리(총리직)에 안 맞는다는 것”이라며 “맷 행콕 보건장관 역시 코로나19 회의에서 거짓말을 수없이 했다”고 폭로했다.
지난해 2월 당시 이탈리아, 프랑스 등 주변국은 이미 강력한 봉쇄조치를 실시했지만 존슨 총리는 봉쇄를 건의한 참모들에게 ‘과한 공포분위기를 만들지 말라’는 반응을 보였다. 총리와 내각 주요 인사 모두 지난해 2월 휴가를 즐겼다.
커밍스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당시 두 번째 아내와의 이혼 마무리, 내년 7월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 동거녀 캐리 시먼즈(33)와의 약혼에 더 많은 신경을 썼다. 특히 시먼즈는 자신이 총리 관저로 데려와 키우는 반려견 ‘딜런’에 대한 기사 대응을 봉쇄 검토보다 우선시했다. 시먼즈는 영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속출하는 지난해 3월 12일 언론에 반려견에 관한 부정적 기사가 나오자 화를 내며 “총리실 공보부에서 빨리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커밍스는 한때 존슨을 총리로 만든 인물로 불렸다. 그와 존슨 총리는 모두 강경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지지론자다.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찬반 논란으로 영국의 국론 분열이 한창이던 2019년 7월 집권 보수당 경선에서 ‘브렉시트 완수’를 주창해 총리에 취임했다. 하지만 시먼즈와의 갈등 등으로 지난해 11월 보좌관직을 사임했다.
커밍스는 이날 “시먼즈가 친구들을 총리실의 특정 보직에 앉히려 한 것이 나의 사임은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총리 관저 인테리어비용 유용 의혹, 존슨 총리가일부 기업가에 보낸 세금 감면 약속 문자 메시지 유출 등이 모두 ‘커밍스의 보복’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에 그의 발언을 100% 믿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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