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정권-주민 분리해 대응 메시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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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명칭, 주민 포함 개념인 ‘North Korea’ 대신 정권 지칭한 ‘DPRK’로 표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영문 명칭을 ‘North Korea’가 아닌 ‘DPRK(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로 단일화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공식 영문 국가명을 쓰겠다는 것이지만, 그 배경에는 북한 주민과 북한 정권을 분리시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최근 북한을 ‘DPRK’로 통일해서 쓰라는 지침(guideline)을 국무부와 국방부 등 외교안보 관련 부처에 내려보냈다고 바이든 행정부의 한 관계자가 26일(현지 시간) 전했다. NSC는 이에 대한 본보의 질의에 “우리가 공식 문서에 DPRK를 쓴다는 것을 확인해줄 수 있다”고 답변했다.

DPRK는 북한이 사용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영문 표기로, 외신이나 외국 정부의 문서에서는 ‘North Korea’와 혼용돼 왔다. 올해 3월 서울에서 열렸던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담은 물론이고 이달 중순 워싱턴에서 개최된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의 공동보도문 등에는 북한이 모두 ‘North Korea’로 적혀 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앞으로 미국의 공식 문서에서는 DPRK로만 쓰겠다는 것. 실제 21일 발표된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북한이 DPRK로 표기돼 있다.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 북한 주민들을 언급하는 부분에서만 한 차례 ‘North Koreans’라는 단어가 나온다. 국무부가 최근 공식 트위터에 성 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활동 내용을 전하면서 쓴 표기도 DPRK였다.

이런 NSC의 새 지침에는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을 구분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공식 문서에 중국을 ‘China’가 아닌 ‘중화인민공화국’의 공식 명칭인 ‘PRC(People’s Republic of China)’로 쓰기 시작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우한 바이러스’ 같은 표현을 쓰면서 시진핑 정권과 중국 국민들을 구분하지 않은 채 비난한 것이 결과적으로 중국계를 포함한 아시아계 전체 혐오로 이어졌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이런 배경을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우 중국과의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하던 2019년 하반기부터 외교안보 당국자들이 시진핑 국가주석을 ‘프레지던트(President)’ 대신 ‘총서기(General Secretary)’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중국인 전체를 대표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중국 공산당의 우두머리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바이든 행정부의 DPRK 사용 방침에는 앞으로 북한의 인권 문제 등을 놓고 내놓는 비판이나 경고가 북한 정권이 아닌 북한 주민들까지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는 의미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정권에 한정해 메시지를 발신하게 된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비판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북한#north korea#dp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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