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31일) 연휴가 시작된 28일(현지 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사우스 비치. 해변은 햇살을 즐기는 여행객들로 가득 찼다. 주요 거리는 밤늦게까지 불야성을 이뤘고, 화려한 네온사인과 조명 속에 늘어선 노천 바와 식당들은 빈자리가 없었다. 마스크를 쓴 사람은 찾기 어려웠다. ‘마이애미 헤럴드’를 비롯한 현지 언론들이 동영상으로 전한 연휴 풍경이다.
미국 전역의 휴양지들이 연휴를 맞아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끝낸 미국인들이 대거 여행길에 오르면서 공항과 도로들도 북새통을 이뤘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발병과 함께 시작됐던 봉쇄령 등 일상의 제한은 물론 마스크 착용 규정까지 사실상 모두 풀린 이후 첫 연휴에 미국인들의 여행 욕구가 폭발한 것이다.
미 교통안전청(TSA)에 따르면 27일 185만 명이 항공기를 이용했고 28일에는 196만 명을 기록함으로써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TSA가 체크한 항공기 이용자 수가 하루 190만 명을 넘어선 것은 202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아직 해외여행객들이 많지 않다 보니 2019년 250만 명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국내 여행자들의 움직임은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다. TSA는 이에 대비해 6000명의 신규 직원을 채용할 것이라고 일찌감치 밝힌 바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디즈니월드가 있는 동남부의 대표적 휴양지 올란도의 공항 이용률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90% 수준까지 회복됐다. 플로리다주 들레이 해변의 ‘크래인 비치 하우스’의 캐시 발레스테리 매니저는 “비수기에 접어들고 있지만 방문자 수가 줄지 않았다”고 전했다. 호텔 숙박비는 지난달 평균 8% 오른 데 이어 이달에는 9% 추가로 인상됐다. 항공료도 지난달에 10% 오르며 수요를 반영했다. 수요가 갑자기 급증하다 보니 렌터카를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는 사람들도 생겼다.
전미자동차협회(AAA)는 이번 연휴 기간에 50마일 이상 거리의 여행지로 이동하는 미국인의 수는 37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휘발유 가격 분석업체인 ‘가스버디’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나흘 간의 연휴기간에 자동차 여행에 쓰는 기름값만 47억 달러(5조24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네트 맥기 AAA 대변인은 “업계에서는 이를 ‘복수 여행(revenge travel)’이라고 부른다”며 “(코로나19 기간에 쓰지 못한) 자금 여유와 유급휴가를 사용해 더 많은 여행, 더 많은 소비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국제여행을 위한 백신여권을 매우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백신여권 시스템이 구축되면 백신 접종자들의 해외 여행도 자유로워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에 대한 문의가 잇따르자 국토안보부는 오후 늦게 “미국인들이 다른 나라로 들어갈 수 있는 쉽고 빠른 방법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의미”라며 “백신여권에 대한 연방(정부의) 권한은 없다”고 설명했다. 텍사스주 등 일부 주정부는 백신여권이 백신접종 기준으로 사람들을 분류, 차별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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