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계 “文 레임덕, 만날 분위기 아냐” 한일회담 신중론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31일 16시 03분


이달 11~13일(현지시간) 영국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 간의 첫 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계에서는 회담에 대한 신중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지통신은 지난 달 30일 일본 총리관저와 외무성 소식통을 인용해 “현재 한일 양국의 현안인 강제징용,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한국 측의 사태 타개 움직임이 없다”며 “한일 정상회담의 필요성이 제기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지병으로 사임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뒤를 이어 스가 총리가 새 총리로 선출된 후 취임 축하 전화를 한 적이 있지만 대면 회담은 아직까지 열리지 않고 있다. 한 외무성 간부는 지지통신에 “문 대통령의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는데 한일 문제에 대한 진전은 더 이상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무성 간부는 “문 대통령은 이미 레임덕 상황이 되고 있다. 만날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달 5일 영국에서 열린 G7 외교·개발장관회담에서 정의용 외교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상 간의 첫 회담이 이뤄져 양국 정상 간 회담도 열릴 것이라는 예측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 관계자는 “외교장관 레벨은 (한일 관계) 진전이 없어도 회담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정상 간에는 그렇지 않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지지통신은 2019년 11월 태국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아베 전 총리에게 다가가 11분 간 회동을 가진 것을 언급하며 “(이번에도) 같은 공간에 있으면 물리적으로 접촉 자체는 가능하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당시 일본 정부는 이를 정식 회담으로 간주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일본의 한 외교 소식통도 본보에 “G7 정상회의에서 한일 두 정상이 만나더라도 한일 관계 현안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는 나누기 어려울 것”이라며 “우선은 인사 등 의례적인 이야기만 나눌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모테기 외상은 31일 참의원 결산위원회에 참석해 위안부, 강제징용 등에 대한 한국의 대응에 대해 “솔직히 말하면 (문제 해결의) 골대가 항상 한국에 의해 움직이는 상황”이라며 한일 관계 문제의 책임이 한국에 있음을 또 다시 강조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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