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민스크 공항에서 긴급 체포된 언론인 로만 프로타세비치가 공공질서를 위반하는 행위를 조직하고 준비한 죄를 인정했다.
3일(현지시간) 프로타세비치는 ONT TV와의 인터뷰에서, “벨라루스 형법 342조(무허가 사건 조직)에 따른 유죄를 인정한다”라며 “내가 공개한 내용들은 거리에서 불안이 커지는 데 기여했고, 민스크는 3일 동안 혼돈의 상태로 살고 있었다”고 말했다. 뉴시스
지난달 23일 벨라루스가 제3국 민항기를 강제착륙 시키는 과정에서 체포한 반정부 언론인 로만 프로타세비치(26)가 국영 방송에 출연해 불법 시위를 조직했다고 자백했다. 나아가 그는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67)을 존경한다고 했다. 정부 고문과 강압으로 인한 국제적 촌극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BBC 등에 따르면 프로타세비치는 3일(현지 시간) 벨라루스 국영 ONT TV에 출연해 “대규모 불법 시위를 조직한 유죄를 인정한다”며 “나의 언론활동으로 거리가 불안해졌고, 수도 민스크가 혼란에 빠졌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옳은 일을 한다고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를 존경한다”고 말했다.
자신과 시민사회, 언론을 탄압한 대통령을 칭찬한 그는 인터뷰 말미 눈물을 흘리며 “다시는 정치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 언젠가 결혼해서 아이가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대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이 80%의 지지율로 압승했다. 그러나 야권은 부정선거 의혹일 제기했고, 대규모 시위로 이어졌다.
프로타세비치는 당시 독립언론 ‘넥스타’ 편집장을 맡아 루카셴코 정권을 비판하고, 시위를 독려했다. 벨라루스 정부는 지난달 23일 리투아니아행 아일랜드 여객기를 타고 있던 그를 잡기 위해 해당 민항기를 민스크에 강제착륙시켜 국제사회의 빈축을 샀다.
그의 가족들은 고문으로 인한 자백이라고 반발했다. 프로타세비치 부친은 AFP통신에 “아들이 그런 말을 할 리가 없다”며 “그를 고문하고 억지로 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역시 “유죄 시 15년형, 최대 사형인 상황에서 유죄를 인정하고, 루카셴코에게 존경을 표시한다는 것은 거짓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도 정부에 감금된 프라타세비치의 얼굴에 타박상 흔적이 있다며 고문가능성을 제기했다. CNN은 “이번 인터뷰는 다른 야권 운동가에게 영향과 좌절감을 주려는 조치”라고 전했다.
유럽연합(EU)의 벨라루스 제재 시행도 본격화되고 있다. 폴란드, 포르투갈, 그리스 등 7개 국가들이 이날 자국 항공사에 벨라루스 영공을 통과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러시아 대외첩보국(SVR)과 벨라루스 정보당국은 이날 서방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공조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은 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