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영국 BBC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에 돌입했던 전 세계 기업들이 최근 다시 직원들에게 출근을 요구하는 이유를 분석했다. BBC는 기업들이 업무 효율이나 생산성과는 무관한 이유로 일명 ‘출근주의’를 고집한다고 지적하며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날 BBC는 “업무 효율이나 생산성 측면에서는 사무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낼 필요가 없다는 것을 펜데믹이 가르쳐줬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출근이 중시되고 있다면서 이를 ‘프레젠티즘’, 일명 ‘출근주의’라고 했다. 이를 ‘아무리 비(非)생산적이어도 그와 무관하게 회사에 헌신적으로 보이기 위해 육체적으로 출근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펜데믹 사태 전에 영국에서 실시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근로자의 80%는 회사에 출근 주의가 존재한다고 답했다.
이달 3일 미국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9월부터 주 3일 회사로 출근하는 근무 체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가 직원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애플은 펜데믹 사태 이후 집에서 일하는 원격근무를 시행해왔다. 미국 백악관도 내달부터 재택근무를 해지하고 대면 업무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은 전체 직원의 20%는 집에서, 20%는 자기 부서가 아닌 다른 지역의 사무실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나머지 60%는 회사로 출근해야 한다. 백신 접종이 빠르게 이뤄지며 일상이 회복되기 시작하자 기업들도 재택근무를 철회하겠다는 것이다.
BBC는 출근주의가 아픈 직원들을 무리하게 사무실로 나오게 만들고 과로로 이어지는 유해한 환경을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책상이나 컴퓨터 앞에 매여 있는 시간이 아니라 생산성이라는 것을 다들 알고 있지만, 수년 째 이런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관리자’로 일컬어지는 직장 상사들이 출근주의를 고집하는 이유를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했다.
브랜디 아벤 미국 카네기멜론대 테퍼경영대학원 교수는 “출근주의는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할 시간이 있는 사람들에게 주로 유리하다”고 했다. 관리자 자신이 회사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은 경우 직원들에게도 이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리 톰슨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교수는 출근주의의 배경으로 ‘단순 노출효과’를 들었다. 사무실에서 자주 얼굴을 보고 대화를 나누면 친해진다는 것이다. 그는 “더 자주 출근하는 직원에게 회사가 감사하게 된다”면서 “이는 ‘후광 효과’로 이어진다”고 했다. 직원이 커피를 가져다주거나 주말 안부를 물어보면 그를 ‘달콤한 사람’, 즉 좋은 사람으로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또 이는 승진이나 기타 혜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출근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스콧 소넨션 미국 라이스대 존스경영대학원 교수는 “관리자들은 측정 가능한 업무 성과보다는 직원이 책상에 앉아있는 한 생산성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BBC는 기업들이 ‘마지막으로 퇴근하는 사람’이나 ‘새벽에도 e메일에 응답하는 직원’을 선호하는 일을 그만두고, 이젠 생산성을 측정할 수 있는 명확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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