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2023년까지 전 세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10억 회분을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11일 개막한 G7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백신공급은 물론, 지적재산권 유예 등 빈곤국 백신 지원 속도가 빨리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G7 정상회의 개막을 앞둔 10일(현지시간) 저녁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의에서 G7 정상들이 코로나19 백신 생산량을 확대하고 배분 계획을 통해 최소 10억 회분을 전 세계에 공급한다는 내용에 합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G7은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다. 11~13일까지 영국 남부 콘월에서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면대면 정상회의를 한다.
백신 기부의 시작으로, 영국은 올해 9월까지 백신 여유분 500만 회분을 아프리카에 보내기로 했다. 이후 9500만회 분도 내년까지 기부된다. 존슨 총리는 “코로나19 대유행을 영원히 물리치려면 강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도 연말까지 백신 약 3000만회 분을 기부하기로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엘리제궁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프리카는 전 세계 백신 수요의 20%를 차지했지만 필요한 양의 1%만 생산할 수 있다”며 “G7정상회의에서 백신 지적재산권의 제한적인 완화 방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백신 제조업체에게는 백신생산량의 10%를 빈곤국에 기부해달라고 요청했다. 나머지 G7 정상들도 이번 회의 기간 동안 구체적인 백신 기부 규모와 시기 등을 밝힐 예정이다.
‘10억 회분’ 백신 공급 약속은 G7 정상회의 참석 차 영국을 찾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이 앞장서 백신 5억 회분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직후 나온 조치다. 바이든 대통령은 10일 영국 콘월 카비스 베이에서 존슨 총리와 회담 후 “미국이 코로나19와 싸움에서 백신의 무기고가 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과 영국은 이날 ‘미래 전염병 대비 시스템, 백신개발을 위한 유전자 분석기술 등을 전 세계와 공유한다’는 내용의 감염병 대응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G7국가들의 기부 약속은 부유한 국가들이 백신을 독점한다는 비판을 해결하려는 조치”라며 “유럽 외교관들이 이번 G7회의를 ‘백신 정상회담’이라고 명명한 이유”라고 전했다.
G7 국가들이 기부할 10억 회분의 80%는 국제 백신 공유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 20%는 개별국들을 통해 전달될 예정이다. 아프리카연합은 “내년 3월까지 인구의 60%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하는 게 목표”라며 “이를 달성하려면 G7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다만 전 세계 인구(77억 명)가 2회 접종하려면 최소 160억 회분이 필요하기 때문에 더 많은 공급이 필요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 분석결과 현재의 코로나19 예방 접종 속도가 유지될 경우 저소득 국가들이 G7 수준의 백신 접종률에 도달하려면 57년이나 걸리는 것으로 추계됐다. 코백스가 현재까지 빈곤국 129개국에 공급한 백신도 8100만 회에 그친다.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빈곤구제 비영리단체 ‘원’은 “G7 정상들의 10억 회분 기부 공약은 최소치이기 때문에 훨씬 더 빨리, 더 많이 공급돼야 한다”며 “코로나 바이러스가 더 오래 유행할수록 각종 위험한 변이가 생겨 전 세계의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11~13일 간 진행되는 G7 정상회의에는 회원국인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일본, 이탈리아 정상들을 비롯해 초청국인 한국,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한다. 정상들은 ‘코로나19 이후 더 나은 재건’(Building Back Better from COVID19)을 주제로 한 대응전략 마련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대응 전략, 기후변화 대응, 최저 법인세율 등에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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