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 첫 해외순방 마지막 일정이자 하이라이트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나선다. 그가 ‘살인자’라고 했던 푸틴 대통령과의 일합은 미국이 적대국 러시아를 어떻게 다룰지 보여주는 시금석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중국 및 러시아와의 경쟁을 ‘전제주의 대 민주주의 싸움’으로 규정한 바이든 대통령이 해당국 지도자와 직접 담판을 벌이는 첫 무대이기도 하다.
CNN방송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두고 참모들과 함께 준비 작업에 집중해 왔다. 그동안 4명의 미국 대통령을 상대했던 푸틴 대통령의 전술에 말려들지 않으면서 그의 직설화법에 맞서 분명한 메시지를 내놓기 위한 전략을 검토했다는 것이다. 회담 테이블엔 러시아의 사이버공격과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 탄압 등 민감한 이슈들이 모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 순방 기간 중 오전은 주요 일정을 잡지 않고 비워 놓은 뒤 그 시간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과 미-러 정상회담 준비에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전후로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한 주요 지도자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두 정상 간 신경전은 언론을 통해 치고받는 식으로 가열되고 있다. 14일 기자회견을 진행하던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최근 인터뷰에서 자신의 ‘살인자’ 발언을 웃어넘긴 것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허허 웃은 뒤 “나도 웃는다”고 맞받아쳤다. “방송에서 (푸틴을 살인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솔직하게 답한 것”이라고 했다. 이런 답변 과정에서 다소 곤혹스러운 듯 한참 동안 머뭇거리기도 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에 대해 “똑똑하고 거칠며 (싸울 만한) 가치가 있는 적수”라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성인이 된 뒤 거의 정치만 한 직업 정치인”이라고 폄하한 것에 비해서는 차분한 반응이었다. 취재진이 “푸틴 대통령을 만나 주는 게 보상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며 이 시점에 그를 만나려는 이유를 묻자 “내가 지금 푸틴을 만나는 것에 대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모든 지도자가 감사를 표시했다”며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고 있음을 강조했다.
투옥 상태에서 건강이 크게 나빠진 나발니가 사망할 경우 러시아와의 관계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는 “비극이 될 것”이라며 “그의 사망은 러시아가 인권을 보호할 의도가 없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신호”라고 했다. 또 “푸틴 대통령이 사이버 안보 등과 관련해 협력하지 않거나 과거 방식으로 행동한다면 우리도 똑같이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추가로 공개된 NBC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의 배후가 러시아 정부라는 주장에 대해 “근거 없는 난센스”라고 일축했다. 러시아가 미국 대선 개입, 사이버 공격 등 온갖 비난을 받아왔지만 미국은 이를 뒷받침할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반체제 인사 탄압과 관련해서는 올 1월 미국 시위대의 의회 난입 사태를 언급하며 “못생겼다고 거울에 대고 화내지 말라는 말이 있다. 누군가 우리를 비난할 때 나는 ‘당신 자신부터 들여다보지 그러냐’고 말한다”고 했다.
그는 나발니가 살아서 감옥을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확답하지 않았다. “그것은 대통령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부당하게 대우받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신경전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미-러 정상회담에서 정점으로 치달을 것으로 전망된다. 푸틴 대통령이 예정된 시간에 맞춰 나타날지부터 관심이다. 그는 하루 전 제네바에 도착한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회담 당일 제네바를 찾는다. 그는 여러 정상회담에서 잦은 지각을 했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만날 때는 예정 시간보다 35분 늦게 등장했다. 2014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회담에는 1시간가량이나 늦었다. 양국 정상은 회담 이후 기자회견도 각자 따로 하기로 했다. 러시아 측이 공동 기자회견을 요구했으나 미국 측이 ‘러시아에 판을 깔아 주기 싫다’는 이유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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