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간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약식 회담이 불발된 것을 놓고 한국 정부는 “일본이 일방적으로 취소했다”고 하고 일본은 “그런 사실 없다”고 주장해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약식 회담을 영어로는 ‘풀어사이드 미팅(pull-aside meeting)’이라고 한다. 풀어사이드는 ‘(대화를 위해) 불러낸다’는 뜻으로 대개 다자회의 중에 회담장 한편이나 회담장 밖에서 짧게 비공식 회담을 갖는 것을 말한다. 일본 외교가는 ‘다치바나시(立ち話)’로 부르는데, 서서 이야기한다는 의미다. 한국 외교가에서는 풀어사이드 형식의 약식 회담 정도로 풀어서 설명한다.
요미우리신문은 15일 일본 외무성 간부를 인용해 “양국 정부는 G7 정상회의 전에 정상 접촉 방식에 대해 협의를 거듭했다”며 “일본은 군 위안부 문제 등 해결책을 한국 측이 제시하기 전까지 정상회담에는 신중한 입장이었다. 이 때문에 한국 측에 ‘다치바나시 정도라면 응할 수 있다’는 뜻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외무성은 문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 등을 언급할 경우 ‘대응 요령’을 준비했지만 양 정상 간 대화는 부인 소개 등에 그쳤다”고 했다. 한일 외교당국이 약식 정상회담에는 합의했다는 것이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상은 15일 기자회견에서 요미우리 보도와 관련한 사실관계를 묻는 질문에 “G7 정상회의에서 시간 제약 속에 초청국 정상과 만날 시간을 내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전날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이 “(스가 총리의) 스케줄 때문에 일한(한일) 정상회담이 실시되지 않았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독도방어훈련에 항의한다며 일방적으로 회담을 취소했다’는 한국 외교부 당국자의 말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면서 스가 총리의 일정상 약식 회담을 갖기 어려웠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그런데 15일 모테기 외상은 요미우리 보도를 부정하지 않은 채 “다치바나시는 여러 곳에서 일어날 수 있다. 동일한 회의장에 있기 때문에 당연히 어느 측이 다가가 잠시 인사할 수 있다. (한일 정상 간에)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말도 했다. 12일 G7 회의장에서 한일 정상이 간단히 인사를 주고받고, 같은 날 만찬장에서 부인과 함께 4명이 인사하며 1분간 대화한 것도 약식 회담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외교당국자는 “13일 문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0분간 만난 게 약식 회담이다. 약식 회담도 실무진 조율을 거쳐 만나는 장소와 시간까지 약속한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은 13일 오전 콘월의 정상회담 라운지에서 통역을 대동해 경제 상황 등을 논의했다. 양국은 사전에 약식 회담 시점도 의논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다가가 인사를 나눈 시점이 그때였는데 스가 총리가 자리를 피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스가 총리의 이런 행동이 외교적 결례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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