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위해 일본에 온 미얀마 축구대표팀 선수 삐에 리안 아웅(pyae lya aung·27)이 지난 16일 밤 귀국행 항공기 탑승을 거부하고 일본 정부에 난민 신청 의향을 밝혔다고 NHK 등이 17일 보도했다.
삐에 리안 아웅은 지난달 28일 일본 치바(千葉)시에서 열린 일본과 미얀마 간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전에서 국가 제창 때 세 손가락 경례를 했다. 세 손가락 경례는 미얀마에서 군부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통용된다. 그는 일본 측에 귀국시 신변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난 11일 키르키스탄전, 15일 타지키스탄전을 치른 뒤 16일 심야 항공편으로 귀국할 예정이었다. 그는 16일 밤 간사이 공항에서 미얀마 대표팀 동료들과 탑승수속을 한 뒤 출국심사때 심사관에게 영어로 미얀마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전했다.
삐에 리안 아웅은 17일 오전 0시께 공항 입국장에 나와 일본 취재진에 “귀국하면 안전과 생명이 위험하기 때문에 일본에 남기로 결정했다”며 “미얀마 상황이 바뀔 때까지는 일본에 머물고 싶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행동이 대표팀 동료나 가족에게 폐가 되거나 위험이 될지 걱정하고 있다”며 “동료나 가족에게 위험이 닥친다면 미얀마로 돌아가 체포될 것”이라고 했다.
삐에 리안 아웅은 “당시 세 손가락을 세우는 것에 용기가 필요했고 걱정스럽고 불안했다”며 “지금은 그런 기분이 없다. 앞으로 많은 사람에게 미얀마를 전하고 싶다”고도 했다.
재일 미얀마인을 돕고 있는 와타나베 쇼고 변호사는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그의 의도를 확인한 이후 오사카나 도쿄에서 난민 지위를 얻기 위한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그는 세 손가락 경례를 했다. (정치 난민이) 분명하다”고 했다. 난민 신청 절차에 수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도 했다.
삐에 리안 아웅은 최근 NHK와 인터뷰에서도 귀국시 군부에 해꼬지를 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군부가 지난 2월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동료와 함께 최대 도시인 양곤에서 항의 집회에 참여했다면서 일본 원정팀으로 선발된 이후 어떤 방식으로든 군부에 항의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한 다음날 대표팀 간부가 불러 아무 걱정하지 말고 남은 경기에 집중하라고 당부했다. 비난이나 질책은 없었다”고 했다.
이어 “나는 군부를 믿지 않는다. 귀국하면 공항에서 체포될 수 있고 1~2주 이후 체포될 수 있다”며 “미얀마로 돌아가면 몸을 숨기고 멀리 떠나야만 안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나 때문에 관계 없는 사람이 피해를 당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처벌을 각오하고 귀국할 의사를 드러냈다.
삐에 리안 아웅은 지난 2012년 미얀마 제2도시인 만델라이를 거점으로 하는 야다나본FC에 합류했고, 지난 2019년부터 미얀마 축구대표팀 골키퍼로 합류했다. 일본 원정팀에는 교체 골키퍼를 맡았다.
NHK는 미얀마 다수 선수가 대표팀 참가를 거부하거나 사퇴했다면서 소집에 응한 선수들에게는 ‘국가가 아닌 군부의 대표’라는 비난이 제기됐다고 했다. 그럼에도 삐에 리안 아웅의 세 손가락 경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돼 많은 공감대를 얻고 신변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했다.
국제 축구연맹(FIFA) 등이 만든 ‘국제축구평의회’가 정한 경기 규칙에 따르면 선수는 경기장에서 정치적, 종교적, 개인적 슬로건이나 메시지, 이미지를 드러내선 안 되며 이를 어기면 징계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삐에 리안 아웅에 대한 처분은 논의되지 않고 있다.
NHK는 모국에서 정치적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는 외국인은 법무성에 난민 신청을 할 수 있지만 난민으로 인정 받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지난해 한해 동안 일본에서 난민 인정을 받은 사람은 47명으로 인정률은 1%에 불과하다. 심사에 1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
다만 일본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미얀마 사태 관련 긴급 대응책에서 재일 미얀마인 3만5000명에 대해서 6개월 또는 1년간 체류를 인정해 취업을 허용하고 난민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재류 자격을 부여한다고 했다.
AFP통신은 일본 이민 당국의 입장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번 결정은 일본이 도쿄올림픽을 개최하기 불과 한달 전에 내려진다면서 다른 선수들이 올림픽 기간 망명할 수 있을지 의문을 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17일 본인의 의향에 따라 적절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보도는 알고 있다”며 “개개인의 출입국 재류와 관련된 수속에 대해서는 발언을 삼가고 싶다”고 했다.
이어 일본 정부가 재일 미얀마인에게 최장 1년의 체류를 인정하는 대응책을 발표했다면서 “이 축구선수에 대해서도 본인의 의향 등을 물으면서 적절한 대응을 도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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