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 미-러 정상회담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던 중 “빌어먹을!”이란 거친 표현을 쓰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CNN 기자로부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행동을 바꿀 것이라고 어떻게 그렇게 자신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앞서 바이든은 “지켜보자.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며 자신이 푸틴의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취지로 말했다. 바이든은 굳은 표정으로 CNN 기자를 응시하며 똑똑히 보라는 듯이 오른손 검지를 치켜들었다. 그리고는 “나는 자신한다고 한 적이 없다. 빌어먹을!(What the hell!)”이라고 말하며 “언제 확신한다고 했나”, “제대로 이해를 못한다면 당신 직업을 잘못 찾은 것”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미국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자 ‘차분함’의 대명사였던 그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례적이었다.
이후 바이든은 스위스 제네바공항에서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에게 다가가 “내가 잘난 척 하지 말았어야 했다. 사과한다”고 했다. 이어 “좋은 기자가 되려면 비관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면서도 “당신들이 긍정적인 질문은 안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더힐은 바이든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비교했다. 두 정상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지 않고 푸틴이 먼저, 바이든이 나중에 따로 회견을 했다. 바이든은 미리 정해둔 기자들에게서 11분간 7개의 질문만 받았다. 푸틴은 55분간 무작위로 24개 이상의 질문에 답했다. 바이든은 프롬프터(자막 기기)에 의존했지만 푸틴은 프롬프터 없이 말했다. 푸틴은 미국 ABC방송 기자가 “당신의 정적(政敵)들은 죽거나 투옥됐다. 도대체 무엇이 두려워 그러냐”는 ‘돌직구’ 질문도 받았다. 푸틴은 “그들은 법을 어겼다”고 반박하며 “미국도 흑인 인종차별 등 인권 문제를 겪고 있지 않느냐”고 받아쳤다.
더힐은 “미국 대통령은 대답할 때마다 메모를 들여다봐야만 했고, 서툴고 나약해 보였다”며 “바이든이 푸틴과 공동 기자회견을 피한 이유가 있었다”고 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