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 해외에서 이에 감염된 미국인들을 테러 용의자 수용소로 쓰였던 관타나모 만에 보내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1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자사 기자인 야스민 아부탈렙과 데이미언 팔레타는 ‘악몽의 시나리오: 역사를 바꾼 대유행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이란 책에서 이런 내용을 밝혔다. 이달 29일 출간되는 이 책에서 두 기자는 백악관 고위 참모와 정부 보건 책임자 등 180명 이상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트럼프의 실정과 좌충우돌식 코로나19 대응을 폭로했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해 2월 백악관 상황실에서 당시 외국에서 감염된 미국인들을 자국에 데려올지 여부에 대한 회의를 하던 도중 참모들에게 “우리가 소유한 섬이 있지 않으냐”며 “관타나모가 어떤가”라고 물었다. “우리는 상품을 수입하지 바이러스를 수입하지는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미 해군기지가 있는 쿠바의 관타나모는 9·11 테러 이후 테러 용의자들을 구금했던 수용소가 있는 곳이다. 가혹한 수감자 대우로 인한 인권침해 논란이 제기되며 한 때 미국 인권침해의 대명사처럼 인식됐던 장소다. 트럼프의 제안에 경악한 참모들은 트럼프가 이를 두 번째로 언급했을 때 반발 여론을 우려해 재빨리 그 생각을 무산시켰다고 한다.
트럼프는 연방정부의 코로나19 검사 확대에도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해 3월 앨릭스 에이자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과 통화에서 “(코로나19) 검사 때문에 죽겠다. 검사 때문에 대선에서 질 것”이라고 고함을 질렀다. “어떤 멍청이가 연방정부에 검사하도록 시켰느냐”며 코로나19 책임이 정부로 넘어오면서 대선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취지로 질책했다. 고함 소리가 너무 켜서 백악관 참모들은 전화 밖으로 터져나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이에 에이자 장관은 트럼프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을 언급하며 “음, 재러드를 말씀하니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쿠슈너 고문이 통화 닷새 전 민간 분야 도움을 받아 미국의 검사 전략을 진두지휘하겠다고 말했던 것을 상기시킨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코로나19가 급속히 퍼져서 문제가 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탔던 14명의 미국인 감염자들을 미국으로 돌아올 수 있게 허용한 국무부 고위당국자들의 해고를 요구했다. 대선 전 백신이 승인될 수 있게 서두르라는 지시를 거부한 스티븐 한 당시 식품의약국(FDA) 국장에 대한 교체도 추진했으나 해당 부처가 버티면서 끝내 해고는 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참모들도 아랫사람들에게 으름장을 놓으며 코로나19 대응을 닥달했다. 쿠슈너는 6억 개의 마스크를 계획했던 시기 내에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실무자 앞에서 분노를 터뜨리며 욕설과 함께 벽에 펜을 집어던지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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