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남편으로부터 청혼을 받아 결혼식을 두 번 올린 부부의 사연이 공개돼 울림을 주고 있다. 아내에게는 두 번째였지만 기억을 잃은 남편에겐 첫 번째 결혼식이었다.
21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코네티컷주 한 시골마을에 사는 리사(54)와 피터 마셜(56) 부부는 4월 두 번째 결혼식을 올렸다. 2001년 이웃으로 만나 2009년 결혼 서약을 한 지 12년 만이었다.
2017년 단어를 잘 떠올리지 못하기 시작한 피터는 이듬해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 올 1월부터 피터의 병세는 급격히 악화됐다. 그는 아내 리사와 결혼한 사실도 기억하지 못했다. 리사를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간병인으로 여겼다.
지난해 말 둘이 함께 텔레비전을 보던 중 결혼식 장면이 나오자 피터는 “우리도 저거 하자!”고 외쳤다고 한다. 리사가 “결혼을 하자는 것이냐”고 묻자 피터는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다음날 피터는 그런 말을 한 사실조차 잊어버렸다. 그럼에도 리사는 피터가 기억을 더 잃기 전에 두 번째 결혼식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웨딩 플래너인 딸이 6주 만에 부모의 결혼식 준비를 마쳤다. 부부의 사연을 전해들은 업체들은 무료로 서비스를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리사가 버진로드를 걸어가는 동안 냇 킹 콜의 듀엣곡 ‘언포게터블(Unforgettable·잊을 수 없는)’ 색소폰 연주가 울려 퍼졌다. 혼인 선서를 하는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하객들은 눈물을 훔쳤다. 리사는 “동화에서 나올 법한 마법 같은 시간이었다. 피터가 이렇게 행복해하는 모습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리사는 피터의 알츠하이머 진단 이후 남편을 돌보기 위해 하던 일도 그만뒀다. 라디오 관련 업무를 하던 그는 현재 피터의 풀타임 간병인으로 지낸다. 리사는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과 사연을 공유하기 위해 ‘오 헬로우 알츠하이머’라는 페이스북 블로그도 운영 중이다.
그는 “결혼식에서 피터와 함께 춤을 추는데 그가 귓속말로 ‘내 곁에 남아줘 고맙다’고 했다”며 “남편이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나를 사랑하고, 나와 함께 있으면 편안해 한다는 것은 확신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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