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 생존자 아들 블링컨 “역사왜곡 좌시 않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5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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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생존자의 아들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59)이 과거 대학살에 대한 역사 왜곡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독일은 반유대주의 확산과 홀로코스트 역사 왜곡에 대항하는 차원에서 관련 회담을 신설하기로 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 순방 2일차인 블링컨 장관은 24일(현지 시간) 베를린 도심 유대인 추모비를 찾아 헌화한 후 “고령의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이 세상을 떠나고, 홀로코스트의 기억이 희미해지면서 학살을 부인하고 거짓을 퍼뜨리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홀로코스트 역사 왜곡과 반유대주의, 증오는 민주주의를 무너트리려는 사람들의 구호가 됐다”고 했다.

미국과 독일은 ‘홀로코스트 회담’을 양국간 신설하기로 했다. 잘못된 역사나 나치사상, 인종차별 사상 등에 빠진 젊은이들에게 올바른 정보와 교육을 제공하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유럽 내에서는 반유대주의 무장단체가 유대교회, 묘비 등을 파괴하거나 유대인을 공격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나치를 찬양하고 유대인에 대한 각종 음모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는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홀로코스트와 연관이 깊다. 그의 의붓아버지인 새뮤얼 피사 씨는 폴란드계 유대인으로 12세 때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부모와 여동생을 잃고 홀로 4년을 지낸 후 극적으로 살아남았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해 11월 말 차기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후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아버지 피사 씨가 살아남은 이야기를 소개한 바 있다.

당시 블링컨 장관은 “아버지는 수용소에서 4년을 지낸 뒤 전쟁이 끝날즈음 도망쳐 숲에 숨었다. 숲에서 미군 탱크를 보자 뛰쳐나와 도움을 청했다. 탱크에 있던 아프리카계 미군 병사에게 소년은 전쟁이 시작되기 전 어머니에게 배워서 유일하게 할 줄 아는 영어 단어 세 개를 말했다. God Bless America(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 그는 “이것이 세계가 알고 있는 미국의 모습”이라며 유대인 의붓아버지의 목숨을 살렸던 미국의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군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피사 씨는 이후 미국 하버드대, 프랑스 소르본대 등에서 법학 학위를 받은 후 1960년 존 F. 케네디 미 대통령의 경제, 외교정책 고문 등으로도 활동했다. 그는 2015년 86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마르고트 프리드랜더 씨(99)와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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