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붕괴건물, 3년 전 “100억 보수공사 필요” 진단 무시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8일 21시 48분


24일 붕괴된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해변 인근 아파트가 3년 전 100억여 원이 들어가는 보수 공사가 필요하다는 견적을 받을 정도로 하자가 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거액이 투입되는 공사 필요성이 제기됐음에도 조속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사실상 방치됐다가 대형 참사로 이어진 것에 대해 비판이 커지고 있다. 현장에는 9.11테러 당시 무역센터 붕괴를 조사했던 연방기관이 투입됐다.

27일 AP통신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구조공학 기업인 ‘모라비토 컨설턴츠’는 2018년 이 아파트를 보수하는 데 910만 달러(약 102억9000만 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다. 지하주차장과 현관, 수영장 수리에 드는 비용만 380만 달러가 들 것이라는 견적이 나왔다. 이는 플로리다주 서프사이드 당국이 공개한 이 회사의 e메일과 보고서를 통해 공개됐다. 21페이지에 달하는 당시 보고서는 신속한 보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이를 제대로 손보지 않으면 추가적인 콘크리트 부식이 급격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건축 하자 관련 소송 전문가인 그레그 슐레진저 변호사는 AP통신에 “이 모든 문제는 신속히 다뤄졌어야 했다”며 “건물이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데도 건물 관리자는 문제를 뒤로 미뤘고 적절한 유지보수를 하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다만 보고서가 지적한 문제들이 이번 붕괴의 직접적인 이유가 됐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통신은 전했다.

연방정부 차원의 전문가 조사도 시작됐다. 상무부 산하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소속 구조 기술자 2명이 이날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NIST는 2001년 9.11 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의 붕괴를 조사했던 연방 기관이다. NIST는 ‘섐플레인타워 사우스’ 붕괴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무너진 아파트 옆 동인 노스 타워도 같이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현장에 투입한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딘 크리스웰 청장과 통화를 하고 대응 상황을 보고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이 끔찍한 시련에 대해 당국자들과 긴밀한 협의를 지속하겠다”며 “행정부는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이 비극을 견디고 있는 가족들에게 믿기 어려울 만큼 힘든 시기”라며 “이 끔찍한 시간 동안 고통받는 모든 사람에게 위로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무너진 아파트의 옆 동인 노스 타워와 주변 건물 입주민들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상당수가 집을 떠나 다른 곳에서 임시 거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4인 가족이 소지품과 식료품을 챙겨 들고 노스 타워를 빠져나오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콘도협회의 나움 러스키 회장은 “모두가 패닉 상태”라고 했다.

수색작업 나흘째인 이날 사망자는 병원에서 숨진 1명을 포함해 모두 9명으로 늘어났다. 마이매이데이드 카운티 당국은 수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실종자 가족의 불만과 불안도 커지고 있다. 152명이 아직 실종 상태이지만 추가 생존자가 나오지 않고 있어 희생자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구조 당국은 건물 잔해 속에 에어포켓(산소가 남은 공간)이 형성돼 실종자 일부가 살아있을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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