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기밀문서 50장이 버스정류장에… 영국 ‘발칵’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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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새벽에 주워 BBC에 제보
간부 사무실서 유출… 국방부 “분실”
크림반도 對러시아 전략 등 담겨
러 “007 본드, 예전같지 않아” 조롱

22일 새벽 영국 남동부에 위치한 켄트 지역의 한 버스정류장. 인파가 없는 버스정류장 뒤에서 A 씨는 문서 뭉치를 발견했다. 50장에 달하는 문서에는 ‘기밀, 영국 열람(Secret UK Eyes Only)’이라고 적혀 있는 영국 국방부 서류가 들어 있었다. A 씨는 해당 문건을 BBC에 익명으로 제보했다.

영국군의 ‘기밀 군사 정보’가 담긴 문서가 길거리에서 발견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BBC에 따르면 이 문건은 국방부 고위 간부 사무실에서 유출된 것으로 영국군의 각종 군사 작전, 전략 내용이 파워포인트, e메일 등의 형태로 담겨 있다.

영국 구축함이 크림반도에 접근할 경우 러시아 해군 및 공군의 예상 대응과 영국의 대응 전략도 문서 안에 포함돼 있었다. 해당 기밀 문서가 발견된 다음 날인 23일 영국 구축함 디펜더함이 크림반도 앞바다를 항해하자 러시아가 경고 사격을 했다.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하면서 흑해 일대는 러시아 영해인 상태다.

기밀 문건이 공개되면서 23일 영국 구축함의 크림반도 항해가 영국 정부의 의도된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고 BBC는 보도했다. BBC는 “양국 간 진실 논쟁 공방이 오갔지만 해당 문건을 보면 우크라이나 지지를 보여주려는 영국 정부의 계산된 행동임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23일 항해에 대해 영국은 “러시아의 경고 사격은 없었다”며 “영국 군함은 국제법을 준수하며 우크라이나 영해를 무해통항 중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영국 정부가 거짓말을 했다. 007 제임스 본드는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다”며 기밀 문서 관리 실패를 조롱했다.

문건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대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후 영국군의 세밀한 주둔 전략,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후 대응 방안 등도 담겨 있었다. 해당 문건들은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 측에 전달될 예정이었다. 영국 국방부는 “지난주 부처 직원이 해당 문건의 분실을 신고했다. 현재 경위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노동당 등 야권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방부를 맹비난했다.
#軍기밀문서#버스정류장#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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