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친이란 민병대 공습… 강경파 새 대통령에 ‘경고 타격’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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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시리아서… 최소 5명 숨진듯
바이든, 2월 이어 두번째 ‘군사 카드’
이란 “IAEA핵사찰 만료” 벼랑끝 전술
“7000km 비행 드론 보유” 美우방 위협

미국이 27일 이라크 주재 미군을 위협해온 이라크와 시리아 내 친(親)이란 민병대를 공습했다. 이란이 국제사회의 핵시설 사찰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고 완강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군사 조치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미국의 이번 공습은 대선 승리 후 핵합의 복원 협상에서 입김이 강해진 이란 내 강경파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CNN 등에 따르면 미 국방부 존 커비 대변인은 27일 언론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지시에 따라 이라크와 시리아 내 친이란 민병대 시설에 대한 공습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미군의 타격 대상이 된 친이란 단체는 카타이브 헤즈볼라(KH)와 카타이브 사이드 알슈하다(KSS)로 미군은 F-15 전투기 등을 동원해 시리아 내 2곳, 이라크 내 1곳의 친이란 민병대 시설을 타격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이번 공습으로 최소 5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커비 대변인은 “친이란 민병대 시설은 이라크 내 미군 기지와 병력을 대상으로 무인기 공격을 감행하는 데 쓰인 장소”라며 방어 차원 대응임을 강조했다. 앞서 이달 6일 친이란 민병대로 추정되는 단체가 미군이 주둔 중인 이라크 서부 알 아사드 공군기지를 대상으로 무인기 공격을 벌였다. 이란 외교부 사이드 하티브자데 대변인은 28일 “미국은 잘못된 길을 택했다”며 공습을 비난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친이란 민병대 공격은 이번이 두 번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 테이블이 마련되기 전인 올 2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내 민병대 세력을 공습했다. 당시 바이든 행정부는 핵합의 복원을 공언하면서도 공습을 통해 이란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2015년 이란과 미국 등 서방이 체결한 핵합의는 이란의 핵 능력을 제한하는 대신 대(對)이란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2018년 파기했으나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후 4월부터 이란과 미국 등이 복원 협상을 벌여왔다. 이달 19일 이란 대통령 선거에서 ‘초강경 보수파’ 성직자인 에브라힘 라이시가 당선된 후 이란 핵합의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미국 등 서방 측은 핵합의 이행 여부를 하나씩 검증한 뒤에 제재를 풀겠다는 입장이나 이란 측은 제재부터 해제하라며 대립하고 있다.

27일 이란 의회는 핵합의에 따라 규정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 만료를 통보하면서 갈등 수위를 높였다. 이란은 핵합의 복원 협상 기간 중에도 서방 측 요구에 따라 임시 핵 사찰 기한을 연장해 왔는데 이를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이날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7000km 장거리 비행이 가능한 무인기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란의 군 작전 범위가 미국의 주요 우방인 이스라엘뿐 아니라 영국까지 닿는다는 의미다.
#미국#친이란#민병대 공습#경고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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