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 보수공사 필요”… 3년전 ‘콘크리트 부식’ 경고 무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美마이애미 아파트 붕괴 5일째

실낱같은 희망 속 잔해 옮겨보지만…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해변 인근의 12층 아파트가 붕괴된 지 나흘째인 27일 
굴착기로 콘크리트 잔해를 옮기는 것을 구조대원들이 지켜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콘크리트 잔해를 옮기며 길이 38m,
 폭 6m, 깊이 12m의 구덩이를 파는 새로운 수색 방식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서프사이드=AP 뉴시스
실낱같은 희망 속 잔해 옮겨보지만…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해변 인근의 12층 아파트가 붕괴된 지 나흘째인 27일 굴착기로 콘크리트 잔해를 옮기는 것을 구조대원들이 지켜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콘크리트 잔해를 옮기며 길이 38m, 폭 6m, 깊이 12m의 구덩이를 파는 새로운 수색 방식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서프사이드=AP 뉴시스
24일 붕괴된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해변 인근 아파트가 3년 전 100억여 원이 들어가는 보수 공사가 필요하다는 견적을 받을 정도로 하자가 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거액이 투입되는 공사의 필요성이 제기됐음에도 사실상 방치됐다가 대형 참사로 이어진 것에 대해 비판이 커지고 있다. 현장에는 9·11테러 당시 무역센터 붕괴를 조사했던 연방 기관이 투입됐다.

27일 AP통신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구조공학 기업인 ‘모라비토 컨설턴츠’는 2018년 이 아파트를 보수하는 데 910만 달러(약 102억9000만 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다. 21쪽에 달하는 당시 보고서는 신속한 보수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이를 제대로 손보지 않으면 추가적인 콘크리트 부식이 급격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건축 하자 관련 소송 전문가인 그레그 슐레진저 변호사는 AP통신에 “건물이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데도 건물 관리자는 문제를 뒤로 미뤘고 적절한 유지 보수를 하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다만 보고서가 지적한 문제들이 이번 붕괴의 직접적인 이유가 됐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통신은 전했다.

당장 보수가 필요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아파트 주민들은 건물 상태가 양호하다고 통지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이 인용한 2018년 아파트 주민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서프사이드 마을 감독관 로스 프리터가 ‘모라비토 컨설턴츠’의 보고서를 검토한 후 주민들에게 “건물 상태가 매우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적혀 있다.

연방정부 차원의 전문가 조사도 시작됐다. 상무부 산하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소속 구조 기술자 2명이 이날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NIST는 2001년 9·11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의 붕괴를 조사했던 연방 기관이다. NIST는 ‘섐플레인타워 사우스’ 붕괴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무너진 아파트 옆 동인 노스타워도 같이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현장에 투입한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딘 크리스웰 청장과 통화를하고 대응 상황을 보고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이 끔찍한 시련에 대해 당국자들과 긴밀한 협의를 지속하겠다”며 “행정부는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이 비극을 견디고 있는 가족들에게 믿기 어려울 만큼 힘든 시기”라며 “이 끔찍한 시간 동안 고통받는 모든 사람에게 위로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무너진 아파트의 옆 동인 노스타워와 주변 건물 입주민들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상당수가 집을 떠나 다른 곳에서 임시 거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4인 가족이 소지품과 식료품을 챙겨 들고 노스 타워를 빠져나오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수색작업 나흘째인 이날 사망자는 병원에서 숨진 1명을 포함해 모두 9명으로 늘어났다.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당국은 수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실종자 가족의 불만과 불안도 커지고 있다. 152명이 아직 실종 상태이지만 추가 생존자가 나오지 않고 있어 희생자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구조 당국은 건물 잔해 속에 에어포켓(산소가 남은 공간)이 형성돼 실종자 일부가 살아 있을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100억원 보수공사#콘크리트 부식#美마이애미#아파트 붕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