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안 맞을 자유?…美에서 기본권 제한 주장 힘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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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6월 30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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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신접종률은 3~4월 정점을 찍은 뒤 크게 감소하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4월 8일 하루 동안 총436만5893회의 백신 접종이 이뤄졌지만, 이 수치는 6월 28일 4만8549회로 곤두박질쳤다. CDC 홈페이지 미국 백신접종률 추이 그래프 갈무리.
미국 백신접종률은 3~4월 정점을 찍은 뒤 크게 감소하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4월 8일 하루 동안 총436만5893회의 백신 접종이 이뤄졌지만, 이 수치는 6월 28일 4만8549회로 곤두박질쳤다. CDC 홈페이지 미국 백신접종률 추이 그래프 갈무리.
미국에 감염력 높은 델타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주가 유행하면서 전문가들이 백신 접종 의무화를 촉구하고 나섰다고 30일 AFP 통신이 보도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델타 변이 감염 비중이 이미 26%까지 늘면서 주요 변이주로 자리잡기 시작한 데다, 3월 말 하루 최대 400여만회까지 이뤄졌던 백신 접종이 최근 4만회로 크게 줄면서 접종 속도가 더뎌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모두에 영향 미치는 결정, 개인에 맡겨둘 수 없어”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에서 백신 접종 의무화는 단연 논란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 3월 말 연방정부 차원의 백신 접종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지 않을 것이며, 연방정부 차원의 접종 강제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대학과 기업 등 민간 부문과 지방자치정부 차원에서 간접적으로 백신 접종을 강제할 수 있으며, 전체 후생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강제성을 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네소타 마요병원 감염병 전문의 그레고리 폴란드 교수는 지역별 백신 접종 격차가 뚜렷한 점을 지적, 접종 결정을 개인의 선택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는 취지로 이같이 주장했다.

일례로 미주리주(州) 스프링필드는 전체 주민 중 백신을 1회라도 맞은 비중이 35%에 불과한데, 전국 평균 54%에 한참 못 미친다. 이 지역에서는 인구 10만 명당 38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으며, 지난달부터 발생한 사망자 2만7000명 중 약 99%가 백신 미접종자였다.

폴란드 교수는 “세상이 불타오를 때 사람들이 성냥과 가솔린을 들고 서 있도록 허용할 수 있느냐”면서 “코로나19 관련 결정은 개인 한 사람이 아니라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일부 기업·대학·지자체, ‘간접적’ 강제 조치 시행 중

이미 기업과 대학, 각 영업장 등 민간 부문과 일부 지자체에서는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조치를 시작했다.

미국 컬리지와 대학 500여곳을 비롯해 샌프란시스코시, 모건스탠리, 휴스턴 종합병원은 백신을 안 맞고 버티는 직원들을 상대로 소송을 내는가 하면, 스포츠 경기장과 음악 공연장도 입장 시 손님에게 백신접종 증명서를 요구하고 있다.

래리 고스틴 조지타운대 국제보건법 전문 교수는 이런 경우 기관들의 조치에 항의하기 위해 줄소송이 걸려도 기업과 대학, 영업장이 결국은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당초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차별이 암묵적으로도 허용되지 않은 건 초기 백신 접종에 있어 소수 인종이나 저소득자의 백신 접근이 어렵다는 형평성 문제가 분명히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국적인 백신 접종 캠페인이 진행되면서 이젠 걸어서 몇 미터만 가도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접종소 문이 늦게까지 활짝 열려 있다.

아직 주사를 맞지 않은 이들을 독려하기 위해 도입한 접종증명서도 문제다. 글렌 코헨 하버드 법대 교수는 “우리의 모든 정보가 이 작은 종이 카드에 담기는데, 추적도 더 어렵고 시스템도 사용자가 일일이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방 당국, 개입 않더라도 더 많은 독려 조치 가능

현재 모든 코로나19 백신은 당국의 긴급 사용 승인만 받은 상태지만, 완전한 승인이 이뤄지면 사람들의 의구심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도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자유의 나라’ 미국은 이미 1777년 조지 워싱턴 정부의 천연두 대량 접종 등 의무 접종을 실시한 역사가 있다.

폴란드 교수는 군인이나 의료진에 대해 우선 접종이 권고되는 점을 지적, “많은 기관들이 ‘백신을 맞지 않았다면 당신을 고용하지 않거나 해고할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게 오히려 공정하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 의무화에 있어 궁극적으로 가장 큰 도전은 정치다. 이미 접종률이 낮은 17개 주는 백신 접종 증명서 사용을 금지하며 연방정부의 백신접종 캠페인에 제동을 걸고 있다.

고스틴 교수는 이에 대해 “무모하고 현명하지 못한 조치들”이라면서 이러한 주정부의 경우 이후 법적 송사에 직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물론 백신 성분에 대해 과민성 쇼크를 일으킨 전력이 있거나 최근 심근염을 앓은 사람 등에 대해 예외를 둘 필요는 있다는 데에는 모든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고 AFP는 부연했다.

◇백신 접종 후 완화 추세 뚜렷한데…줄어드는 접종률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달 19일 기준 미 국민 54.2%가 적어도 1회 백신을 맞았으며. 46.4%는 2차까지 접종을 마쳤다. 전일 미국의 신규 확진자 수는 1만1427명으로 인도(4만5000명)는 물론 인구 규모가 1~2억 명 차이 나는 러시아(2만)와 브라질(6만5000)보다도 적었으며, 신규 사망자는 294명에 불과한 것으로 월드오미터는 집계했다.

전문가들이 백신 접종에 강제성을 둘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나선 배경으로는 빠르게 확산하는 델타 변이가 꼽힌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이날 발표한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이달 19일 기준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26%가 델타 변이 감염자로, 확산세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의 독려에도 불구하고 접종 속도가 점점 둔화하는 점도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벌써 이탈리아(인구 중 1회 백신 접종 비중 55.8%)와 덴마크(61.2%), 벨기에(61.2%) 등 일부 유럽 국가가 인구당 백신 접종자 수에서 미국을 추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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