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라크-아프간전 지휘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 별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1일 1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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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에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주도했던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이 29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럼즈펠드 전 장관의 가족은 30일 성명을 내고 그가 전날 뉴멕시코주 타오스의 자택에서 88세 일기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그는 다발골수종으로 투병해왔다.

그는 43세에 미국 역사상 최연소 국방장관을 역임했고, 2001년부터 다시 69세의 최고령 국방장관에 임명돼 2006년 말까지 6년 가까이 자리를 지킨 기록적 경력의 소유자다. 프린스턴 정치학과를 나와 30세의 최연소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리처드 닉슨 행정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대사, 제럴드 포드 행정부에서 백악관 비서실장,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중동 담당 특사를 지내는 등 요직을 잇따라 차지했다.

럼즈펠드는 부시 행정부 시절 9.11테러 이후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총지휘했다. 네오콘의 핵심인 딕 체니 전 부통령과도 가까운 사이로, 그와 호흡을 맞추며 미국의 세계전략을 쥐고 흔들었다. 주변에서는 “오만하고 무례하며 제멋대로다”고 혹평할 만큼 자신의 생각을 밀고 나가는 데 거침이 없었다. 연이은 전쟁을 치르며 베트남전쟁 이후 가장 호전적인 강성 국방수장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미국이 이라크 침공의 이유로 들었던 대량살상무기(WMD)를 찾아내지 못했고,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의 붕괴 후 지속된 치안 붕괴 및 내부 혼란으로 미군의 희생이 이어진 것은 물론 전쟁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명분 없는 전쟁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국론 분열까지 심해지면서 럼즈펠드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아부그라이브 수용소 및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벌어진 미군의 수용자 학대와 인권침해 비판도 일파만파로 커졌다. 결국 2006년 말 공화당이 상하원 중간선거에서 모두 참패한 뒤 결국 경질됐다.

그는 2011년 회고록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Known and Unknown)’에서 자신의 이라크 전쟁 결정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며 “사담 후세인의 잔혹한 정권을 없앤 것은 더 안정되고 안전한 세상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럼즈펠드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깊이 관여했던 대북 강경파이기도 했다. 그는 강한 대북압박을 통한 김정일 체제의 전복을 구상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03년 “미국의 목표는 북한정권의 붕괴여야 하며 김정일 정권과의 대화는 안 된다”며 당시 미국이 북한, 중국과 추진하던 회담을 강력히 반대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모범이 될 공직자이자 매우 좋은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럼즈펠드는 어려운 결정 앞에 움츠러들지 않았고 책임을 회피한 적이 없었으며 국방부에 필요한 개혁을 이끌어냈다”며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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