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캐나다의 옛 원주민 기숙학교 터에서 총 천여 명에 달하는 아동 유해 매장 현장이 발견돼 올해 캐나다의 건국 기념일 행사는 일부 취소될 예정이다.
29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뉴욕타임스(NYT)는 7월 1일 ‘캐나다의 날’ 기념행사를 취소하라는 여론이 확산하면서 정부와 지자체도 성대한 기념행사를 자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학대당한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올해 기념일만큼은 건너뛰자는 취지다. 이 주장은 원주민 어린이 유해가 발견된 이후 제기됐다.
지난 5월 캐나다 남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원주민 기숙학교가 운영됐던 부지에서 3~16세 어린이 215명의 유해가 쏟아져 나온 데 이어, 6월엔 서스캐처원주의 기숙학교 자리에서 어린이 751명이 묻힌 무덤 터가 발견됐다. 추가로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크랜브룩 근처에 있는 세인트 유진 선교학교 옛터에서 표식이 없는 무덤 182기를 찾았다고 AFP 통신은 30일(현지시간) 밝혔다.
해당 캐나다 원주민 기숙학교는 19세기 후반부터 1990년대까지 100여 년간 정부와 가톨릭교회 주도로 운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들을 부모로부터 떼어 놓고 원주민 언어와 문화 대신 백인·기독교 문화를 주입시키려는 정책 때문이다. 이렇게 운영된 원주민 기숙학교는 전국적으로 139곳에 달했고, 강제 수용된 원주민 아동은 1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와 가톨릭교회의 부끄러운 과거가 밝혀지자 국민들이 충격에 빠진 가운데, 캐나다 곳곳에서 규탄·추모 시위와 교회 방화 사건까지 일어났다.
서스캐처원 원주민 추장인 바비 캐머런은 “목숨을 잃은 어린이들을 생각하면 올해 캐나다의 날을 기념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라며 “캐나다 정부의 손에 희생된 어린이들을 생각해 보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론도 이 같은 주장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건국 기념일을 취소하거나 대폭 취소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일절 없는 건 아니다.
에린 오툴 보수당 대표는 추모 필요성을 인정하나 “과거의 아픔을 국가를 위해 승화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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