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수사’ 美 검찰, 측근들 먼지부터 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1일 1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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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트럼프그룹의 탈세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3년 만에 처음으로 구체적인 수사 성과를 낼 전망이다. 우선은 트럼프의 측근을 기소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수사망을 넓혀 트럼프의 주요 비리 혐의를 정조준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지난 달 30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지방검찰청이 트럼프그룹과 앨런 와이셀버그 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탈세 혐의로 1일 기소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에 대한 기소는 퇴임 후까지 검찰의 수사망을 피해 오던 트럼프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라도 WSJ는 분석했다. 지난 3년 동안 트럼프에 대한 수사를 벌여온 맨해튼지검이 관련자를 기소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이번 기소는 와이셀버그 CFO의 개인적 탈세에 국한될 것으로 보인다. 와이셀버그는 트럼프그룹으로부터 자동차와 아파트, 사립학교 수업료 등 금전적 혜택을 제공받고도 이에 따른 세금을 피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정도의 혐의 내용을 감안하면 검찰은 트럼프를 바로 정조준했다기보다 측근의 먼지를 터는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WSJ도 법조계 인사들을 인용해 직원들이 회사로부터 받은 혜택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검찰이 기소에 나서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도 최근 성명을 통해 “미국 기업들 사이에 관행적인 일들로 전혀 범죄가 아닌 것을 갖고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최근 검찰의 수사에 정치적인 배경이 있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검찰의 이번 기소가 일부 직원의 개인적인 탈세 문제에 그치지 않고 트럼프그룹 전반의 비리 혐의 수사를 향한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와 그룹의 더 핵심적인 혐의에 대한 증언을 받아내기 위해 와이셀버그를 별건 기소했다는 것이다. 실제 검찰에 기소된 피의자들은 자신에게 씌워질 중범죄 혐의와 실형을 피하기 위해 검찰의 다른 수사에 협조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와이젠버그에게 적용된 탈세 혐의는 기껏해야 1년 정도의 징역형이 예상되고 전과가 없다면 보호관찰 처분만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검찰이 실형을 받을 수 있다고 압박할 경우 그는 트럼프그룹의 조직적인 비리 의혹에 대해 순순히 증언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궁극적으로 트럼프그룹이 보유 자산의 가치를 고의로 조작해 세금을 탈루하고 불법대출을 받은 혐의를 수사 중이다. 뉴욕주에 있는 트럼프의 가족 부동산 ‘세븐 스프링스’와 시카고의 트럼프 인터내셔널호텔 앤드 타워 등이 검찰이 주로 들여다보고 있는 대상이다.

맨해튼지검은 와이젠버그와 별도로 트럼프의 보디가드 출신이었던 매슈 칼라마리도 수사 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그도 역시 회사에서 아파트 등 금전적 혜택을 제공받으면서 이에 따른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칼라마리는 와이젠버그와 함께 트럼프의 곁을 약 40년 동안 지킨 ‘충복’으로 여겨진다. 다만 그는 이번 검찰의 기소 대상에는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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