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치인 도청’ NSA, 이번에는 美언론인 사찰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1일 1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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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유럽 고위 정치인들을 도청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이번에는 자국 언론인 사찰 의혹에 휩싸였다. NSA는 의혹이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했지만 미국 내 파장은 커지는 분위기다. 미 공화당은 하원 원내대표가 NSA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며 조 바이든 미 행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30일(현지 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케빈 맥카시 미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최근 NSA가 폭스뉴스의 대표 프로그램 ‘터커 칼슨 투나잇’의 진행자 터커 칼슨을 사찰했다는 의혹에 대해 의회 차원의 조사를 요구했다. 맥카시 원내대표는 “NSA가 칼슨의 e메일을 염탐했다는 보고서가 있다. NSA는 이 문제에 답해야 한다”며 성명을 냈다.

칼슨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프로에서 “연방정부의 내부 고발자에 의하면 NSA가 우리 전자통신, e메일, 문자 메시지를 사찰했다”고 말했다. 또 “NSA는 정부에 비판적인 우리 프로그램을 폐지시키기 위해 취득한 정보를 선택적으로 유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다음날(지난달 29일) NSA는 칼슨의 주장이 사실 무근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NSA는 “칼슨은 한 번도 NSA의 ‘타겟(목표물)’이 된 적 없다. 우리는 그의 프로그램을 폐지시키려는 계획 따윈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자 칼슨은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그래서 내 e메일을 바이든 행정부가 읽었냐고 NSA 관계자들에게 직접 물어봤다. 간단한 질문이지만 그들은 답변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보수성향의 언론인인 칼슨이 그간 여러 번 허위 주장을 해왔다는 점을 지적하며 사찰 의혹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9월 미 법원은 칼슨과 관련한 사건의 판결에서 “칼슨의 평판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시청자라면 누구나 그가 하는 발언에 ‘적절한 회의’를 품고 있을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하지만 NSA가 이전에도 도청, 감청, 사찰 등 각종 의혹에 휩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장은 적지 않을 분위기다.

전직 NSA 요원이자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은 2013년 6월 NSA의 민간인 사찰 프로젝트 ‘프리즘’을 폭로하며 파문을 일으켰다. 올 5월에는 2012~2014년 사이 NSA가 덴마크 국방부 산하 국사정보기관(FE)과 손잡고 독일, 스웨덴, 노르웨이 프랑스 등 주요 유럽국의 고위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스파이 활동을 벌였다는 덴마크 언론 보도도 나왔다. 당시 메르켈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미국의 해명을 요구했다.

최근 대규모 인프라 투자법안,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 투표제한법 등을 놓고 바이든 행정부와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는 공화당은 이번 사건을 적극적으로 이슈화 할 분위기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와 관련한 언론의 질의에 “NSA는 외국으로부터의 위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에둘러 의혹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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