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석 확보… 과반 64석에 크게 부족
올림픽-방역실패에 여론 등돌려
9월 전후 중의원 해산-총선 예상
언론 “총선前 총리교체론 나올수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재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일본 도쿄도 의회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사실상 패하면서 자민당 총재이자 총리인 스가의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자민당 내부에서는 스가 총리를 간판으로 총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까지 나오고 있다.
총선 전초전 성격으로 4일 치러진 도쿄도 의회 선거에서 자민당은 전체 127석 중 33석을 차지해 제1당 자리를 탈환했다. 직전 2017년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제1당으로 등극했던 지역 정당 도민퍼스트회는 31석을 얻어 제2당으로 내려앉았다. 연립 여당 파트너인 공명당은 후보 전원이 당선되면서 23석을 차지했다.
겉으로 보기엔 ‘자민당 승리, 도민퍼스트회 패배’다. 하지만 일본 정치권은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초기 여론조사에서 자민당은 전체 의석의 40%가량인 50석 정도를 얻고 도민퍼스트회 의석은 한 자릿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됐다. 자민당은 연립 여당 파트너인 공명당과 합쳐 최소 과반 의석(64석) 확보를 목표로 삼았지만 56석 확보에 그쳐 목표 달성에 많이 못 미쳤다.
요미우리신문은 5일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이대로 간다면 중의원 선거는 위험하다”는 자민당 간부의 발언을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 내에선 위기감이 강해지고, 스가 총리의 지도력이 떨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자민당의 패배는 선거를 일주일 남겨놓고 여론의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TBS는 분석했다. 최근 도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연일 악화됐고, 스가 정권의 ‘관중 있는 올림픽’ 결정에도 반대가 거셌다. 백신 공급 물량이 부족해 최근 도쿄 내 기초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해 접종을 일시 중지한 지자체가 속출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유권자들이 선거 직전에 자민당에 등을 돌린 것이다.
도민퍼스트회 특별고문인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의 움직임도 자민당에 일격을 가했다. 고이케 지사는 지난달 22일 과로로 입원해 선거운동에 거리를 두다가 투표 전날인 3일 현장을 찾아 도민퍼스트회 후보들을 격려했다. 과로로 입원한 고이케 지사에게 동정표가 모이면서 도민퍼스트회는 예상보다 크게 선전했다. 자민당 내에선 “고이케 1명에게 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일본 정치권의 시선은 9월 전후로 예상되는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로 쏠리고 있다. 스가 총리는 ‘도쿄도 의회 선거 승리→올림픽 성공 개최→중의원 선거 승리→총리 재선’ 시나리오를 그려 왔는데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스가 총리 임기는 9월 30일까지다. 자민당은 앞서 4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당시 3개 선거구 모두에서 패한 데 이어 이번 선거에서도 패해 충격이 크다.
교도통신은 “(스가) 총리로는 중의원 선거에서 싸울 수 없다”는 자민당 고참 의원의 발언을 전하면서 “총선 실시에 앞서 총리 교체론이 나올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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