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파우치 미국 백악관 수석의료고문 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최근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중 99%는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4일(현지 시간) 밝혔다. 델타 변이, 델타 플러스 변이 등 코로나19 변이가 전 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백신 미접종자들이 ‘변이 공장’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우치 소장은 이날 미 NBC방송 인터뷰에서 “지난달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중 99.2%는 백신을 맞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완벽한 백신은 없지만, 접종하면 적어도 입원과 사망은 피할 수 있다”고 했다. 6월 미국에서는 약 1만 명이 코로나19로 숨졌다.
최근 미국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해 백신 접종을 기피하는 이들이 늘면서 접종 속도도 둔화되고 있다. 파우치 소장은 “사람마다 백신에 대한 반응이 다르고 접종 뒤 입원하거나 숨진 이들도 있다. 그러나 입원과 사망의 압도적 다수는 백신을 안 맞은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니 제발 코로나19가 ‘공공의 적’이라는 것만 깨닫기 바란다”며 백신 접종을 촉구했다.
백신 미접종자의 몸에서 코로나19 변이가 생겨날 수 있다는 경고도 이어졌다. 윌리엄 샤프너 미 밴더빌트대 메디컬센터 교수는 “백신 미접종자들은 ‘잠재적인 변이 공장들(potential variant factories)’”이라며 자신만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 주변도 위험하게 만들 것이라고 2일 CNN 인터뷰에서 말했다. 미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공보건대 생물학-전염병학자인 앤드류 페코즈 박사도 “바이러스가 진화하면 다른 변이를 만들어낼 ‘플랫폼(기반)’이 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백신 접종률에 따라 각 지역의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규모가 3배까지 벌어지고 있다. CNN은 최근 백신 접종률이 낮은 주(州)에서는 주민 10만 명 당 하루 평균 6명의 신규 확진자가, 접종률이 높은 주에서는 2.2명의 확진자가 나왔다고 5일 보도했다. 같은 날 미국 코로나19 관련 비영리단체 ‘코비드 액트 나우’에 따르면 아칸소 등 백신 접종률이 30~40% 정도인 12개 주는 변이가 많이 퍼진 ‘고위험 지역’으로, 주민의 80% 이상이 백신을 맞은 메사추세츠와 버몬트는 변이가 적게 퍼진 ‘저위험 지역’으로 나타났다. 파우치 소장은 “우리는 곧 ‘두 개의 미국(two types of America)’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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