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6일 오전 10시 아이치현 나고야시의 한 시민 갤러리에서 열렸다. 당초 도쿄(6월25일~7월4일), 나고야(6~11일), 오사카(16~18일) 등 일본 주요 도시를 돌며 전시될 예정이었으나 우익 세력의 항의 및 협박으로 도쿄 오사카 전시가 취소 및 중단되면서 유일하게 나고야에서 개최된 것이다.
일본 내 평화의 소녀상 전시는 2019년 일본 대형 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 이후 2년 만이다. 당시에도 우익들의 거센 항의로 3일 만에 전시가 중단된 바 있다. 이번 전시 실행위원회 공동대표인 나카타니 유지(中谷雄二) 변호사는 “2년 전 가와무라 다카시(河村たかし) 나고야 시장이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일본인의 마음을 짓밟는 것’이라며 반대했는데 역사를 마주하는 것이 왜 마음을 짓밟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전시를 재개해 ‘오른쪽’으로 향하는 일본 사회의 분위기를 바꾸고 싶다”며 개최 소감을 밝혔다. 이번 전시는 나고야 내 일본 시민 단체 및 양심 세력이 주축이 돼 개최됐다.
평일임에도 전시장에는 평화의 소녀상을 보려는 사람들로 몰렸다. 특히 의자에 앉은 위안부 피해자 상 옆 빈 의자에 앉아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2년을 기다렸다는 회사원 우치다 다카시 씨(45)는 “사진으로만 보다 실제로 마주하니 가슴이 벅찼다”며 “내 딸(11세) 또래의 어린 아이들이 강제 연행됐다는 사실에 다시는 이런 비극은 없어야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스기모토 데루코 씨(66·여)는 “(평화의 소녀상 작품을 포함한 작품들의 작가들로부터) 인간에 대한 따스한 감정을 느꼈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전시장에는 안세홍 작가가 촬영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사진도 전시됐다. 주최 측은 6일 하루 약 300~400명이 관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개막 전부터 전화와 팩스 등 조직적인 방해 활동을 벌여온 우익 세력은 이날에도 전시 중단을 요청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전시 개막 10분 만에 남성 3~4명이 “왜곡된 역사 전시를 그만 두라”라며 관람객들의 전시를 방해했다. 1시간 뒤에는 이들을 포함해 20여 명이 전시장 건물 앞에서 확성기를 들고 대규모 집회를 열었으며 일부 회원들은 욱일기를 흔들고 ‘한일 단교’를 외치기도 했다. 9일부터는 현재 평화의 소녀상 전시장 바로 옆에서 ‘재일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 관계자들이 참여, 위안부 역사 왜곡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이는 ‘맞불 전시’를 열겠다고 밝혔다.
마이니치신문은 6일 평화의 소녀상 전시 반대는 전국에서 조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 전시의 경우 우익 세력이 전시장 근처를 돌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집요하게 방해 활동을 벌여 결국 실행위 측은 전시 장소를 찾지 못한 채 예정된 전시(25일)를 열지 못했다. 이달 16일 예정됐던 오사카 전시도 항의 전화와 메일이 쇄도해 대관이 취소됐다. 오사카 실행위 측은 전시장 사용 취소 철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시다 요코(志田陽子) 무사시노(武藏野)미술대 교수(헌법학)는 아사히신문에 “작가 및 전시 기획자 등 주위에 공포를 주는 것은 비판과 항의를 넘어선 폭력”이라며 “비판의 자유를 위해서도 지금(위협과 협박)의 흐름을 멈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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