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철군을 결정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철군 결정을 옹호하면서 미군이 떠날 경우 탈레반의 아프간 정권 장악이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8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 매체인 더힐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한 연설에서 “미군이 계속 주둔하길 원하는 분들에게 여쭤보겠다. 얼마나 더 많은 미국인들의 딸과 아들들이 위험에 빠뜨리려 하느냐. 그들이 얼마나 더 주둔해야 하느냐”라고 반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이미 우리에겐 20년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전투를 했던 부모를 가진 군인들이 있다. 그들의 자녀와 손주들까지도 (아프간에) 보낼 것이냐. 당신의 아들과 딸을 보낼 것이냐”라고 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에서 미군의 임무가 당초 그가 언급했던 9월11일보다 앞당겨 8월31일에 종료될 것이라고 확인했다. 또 이르면 이달부터 미군을 도운 아프간인들의 대피를 시작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월 아프가니스탄에서 전면 철수를 지시하면서 미국의 참전을 촉발한 9·11테러 20주년까지 미국의 최장기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그는 당초 아프간 철군을 5월1일부터 시작해 9월11일 이전에 끝내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미국의 철수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탈레반의 세 확산 속도가 빨라졌고, 미군이 떠난 이후 탈레반 반군들이 아프간을 점령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비평가들은 이 상황을 1975년 사이공 함락과 비교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같은 비교에 대해 단호히 거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탈레반은 북베트남군이 아니다. 그들은 능력 면에서 전혀 비교가 안 된다”며 “아프가니스탄에서 미 대사관 지붕에 사람들이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미군이 철수한 후 6개월만에 아프간 정부가 붕괴할 수 있다는 첩보를 보도한 바 있다. 또한 아프간에서 미군을 도왔던 아프간인들을 대피시킬 필요가 있다는 경고도 촉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말 아프간인들의 미 대륙 밖의 미국 시설이나 제3국 시설로 이전하기 위한 비행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 밖의 구체적인 계획은 언급하지 않았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보안상의 이유로 그들이 어디로 이동할 것인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 여성들과 남성들에게 주는 우리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만약 당신들이 원한다면 미국에 당신을 위한 집이 있다”며 “당신들이 우리와 함께 했던 것처럼 우리도 당신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철군이 시작되기 2주 전 미국의 지원을 보여주기 위해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을 초청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아프간 정부군과 인도적 지원을 지속할 계획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월25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가니 대통령에게 “아프가니스탄과 미국의 파트너십은 끝나지 않았다”며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미래에 대해 결정해야 할 것이지만, 우리는 아프가니스탄과 함께 할 것이다. 우리는 아프가니스탄이 필요한 것들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아프가니스탄군은 탈레반을 막아내기 위해 “세계의 어느 군대 못지 않은 장비를 갖추고 있다”며 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에 함락되는 것이 필연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의 모든 것과 전역을 장악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이 자신들 나라의 운명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고, 일단 미군이 철수하고 나면 민간인 사망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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