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암살된 카리브해 빈국 아이티가 극심한 권력 투쟁에 휘말렸다. 기존 총리와 최근 새로 임명된 총리가 싸우는 가운데 사실상 식물 상태나 다름없는 의회 또한 임시 대통령을 지명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남편 암살 당시 역시 총상을 입고 치료를 받아왔던 부인 마르틴 모이즈 여사는 10일 트위터에 음성 메시지를 올려 “눈 깜짝할 사이에 용병들이 집으로 들어와 남편에게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총을 난사했다. 그를 벌집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은 대통령이 맞서 싸우던 세력이 어딘지 안다. 그들이 용병을 보내 대통령을 죽였다”고 말했다. 남편이 정치적인 이유로 12발의 총을 맞고 죽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모이즈 전 대통령은 생전에 자신의 부패 청산에 저항하는 ‘암흑의 세력’이 있으며 이들에게 암살 위협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모이즈 여사의 발언은 남편의 이런 주장을 확인한 것으로 향후 모이즈 찬반 세력 간의 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새 대통령이 선출될 때까지 어느 세력이 국정을 맡아나갈지도 명확치 않다.
대통령 암살 직후엔 클로드 조제프 총리가 계엄령을 선포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암살 이틀 전인 5일 새 총리로 임명된 아리엘 앙리는 자신이 총리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암살 이후 내가 법적인 최고 권력자가 됐다. 정부를 새롭게 구성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상원은 9일 조제프 랑베르 상원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지명했다. 하지만 최근 국정혼란으로 의회 선거를 하지 못해서 하원은 아예 없고 상원도 정원 30명 중 10명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상원의 대통령 선출이 적법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헌법은 대통령 유고시 대법원장이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르네 실베스트르 대법원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해 대법원장의 승계도 불가능하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개입을 주저하고 있다. 아이티는 암살 직후 공공 인프라 시설에 대한 추가 테러가 우려된다면서 미국에 병력 파병을 요청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뉴욕타임스(NYT)에 “아직은 군사 지원을 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암살범의 배후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암살에 가담한 용의자가 모두 28명이며 이중 26명은 콜롬비아 국적, 2명은 미국 국적이라고 밝혔지만 체포된 이들이 실제 범인이 아닐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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