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미중 정상 간 핫라인 개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14일(현지 시간) CNN방송이 보도했다. 미중 간 갈등이 첨예해지고 대만해협 등지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에 긴급히 대응할 커뮤니케이션 수단 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간 핫라인은 냉전 시기 미국과 러시아 간에 만들어진 ‘핫라인(red phone)’과 비슷한 형태로 구축될 전망이다. 핫라인이 구축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암호화된 메시지를 보내거나 긴급 통화를 할 수 있다. 갑작스러운 군사적 움직임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거나 사이버해킹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직통 전화다.
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검토됐던 방안이지만 실제 이행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고 한다. 현재 논의도 아직 중국 정부에 공식 제안하거나 논의하지는 않은 초기 단계라고 CNN방송은 전했다. 국무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핫라인 가동과 관련한 기술적인 부분을 검토 중이다.
이런 논의는 양국 간의 우발적인 충돌 가능성을 포함한 긴장감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최근 구축함과 항모전단을 잇따라 남중국해로 보내며 해양에서의 중국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고, 중국도 자국 폭격기와 전투기 수십 대를 수시로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보내며 경쟁적으로 무력시위를 벌이는 중이다.
미국이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민감한 현안에 대해 중국 정부로부터 제때 답변을 받아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발생한 직후 미국은 중국이 관련 질의에 답변하지 않아 애를 태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에서 근무했던 미국의 한 전직 당국자는 “중국은 톱다운 방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구조여서 문제가 생겼을 때 중국 정부를 접촉하기가 어렵다”며 “우리는 코로나19 당시 중요한 질문들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얻지 못했다”고 말햇다.
국방부에는 미중 간 핫라인이 이미 개설돼 있지만, 군사적 용도로만 제한적으로 사용돼온데다 제때 연결되지 않은 경우가 허다했다고 한다. 커트 캠벨 백악관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이를 언급하면서 “우리가 몇 번 사용해본 적이 있으나 (전화가) 몇 시간동안 텅 빈 방에서 혼자 울려대는 식이었다”고 밝힌 적이 있다.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중국과 관련한 사안에 신속하게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부족하다”며 “위기를 막거나 이에 대응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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