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미국 경제 수장이 일제히 최근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크고 오래 갈 것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당장 통화 정책의 기조를 흔들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물가상승을 일시적인 것이라고 일축해오던 기존 입장이 다소 달라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5일(현지 시간)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인플레이션 상황 등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을 받았다. 그는 “경제 재개와 연관된 충격이 인플레이션을 2%보다 훨씬 높게 끌어올린 것”이라며 “우리는 당연히 이런 상황이 편하지 않다”고 했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5.4%로 13년 만에 최고 수준이었다. 생산자물가지수(PPI)도 1년 전보다 7.3% 올라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이었다.
파월 의장은 “이번 인플레이션은 역사상 유일무이한 일”이라며 “막대한 재정·통화 정책 지원으로 20조 달러의 경제를 연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도 호소했다.
파월 의장은 “이번 인플레이션은 우리가 예상한, 또 그 누가 예상한 것보다 크다”면서 “여기에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우리의 도전 요소”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만약 일시적이라면 그것에 대응하는 것이 부적절하겠지만 더 길어진다면 우리는 이 위험을 재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만일 인플레이션 상황이 오래 지속될 경우 금리인상 등 적절한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다만 그는 당장은 제로 수준의 금리와 월 1200억 달러 규모의 자산매입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물가 상승이 수개월 간 지속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급한 인플레이션을 몇 개월 더 보게 될 것”이라며 “이것은 한 달 만에 끝날 현상이 아니다”고 했다. 옐런 장관은 이어 “그러나 중기적인 관점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둔화돼 정상 수준으로 돌아올 것으로 본다”며 “물론 우린 이를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집값이 급등해 버블 우려가 제기되는 것에 대해서는 “2008년 금융위기 직전과 같은 위험이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높은 집값 때문에 주택 구매 의사가 있는 저소득 가정이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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