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 바이러스’ 공포 월가 덮쳤다…뉴욕 증시 급락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20일 12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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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이 바이러스’ 공포에 미국 월가가 크게 흔들렸다.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급이 본격화되면서는 경제 재가동에 대한 기대 심리에 미국 증시가 크게 뜀박질을 했다. 하지만 최근 감염력이 높은 ‘델타 변이’가 크게 확산하고 백신 접종 속도도 떨어지면서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설 자리가 좁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19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2.1%(725.81포인트) 급락한 3만3962.04로 마감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급격한 하락폭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1.6% 내렸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1.1%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기업별로는 그동안 경제 재개의 수혜 종목으로 분류된 기업의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아메리칸항공이 4.1% 급락했고 유나이티드항공(―5.5%) 델타항공(―3.7%) 등 항공주가 일제히 크게 뒷걸음질쳤다. 크루즈 여행사인 카니발 역시 5.7% 하락했다. 또 보잉(―4.9%), 제너럴모터스(GM·―2.3%) 등 글로벌 경기와 밀접한 기업들을 비롯해 마라톤오일(―5.4%), 다이아몬드백에너지(―6.6%) 등 에너지 기업들도 급락을 면치 못 했다.

주말을 지나고 사흘 만에 열린 이날 증시는 변이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 3만 명선을 넘었다는 보건당국의 발표가 큰 영향을 줬다.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세계 각국에서는 완화했던 방역 규제를 다시 조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고 이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여기에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된 데다, 미중 관계 악화로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기업들의 리스크가 커진 점도 증시 하락의 요인이 됐다고 풀이했다.

경제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국채금리나 국제유가에도 즉각 반영됐다. 이날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1.181%로 전 거래일인 16일(1.300%)보다 크게 하락했다. 올 3월 이래 가장 큰 하락폭이다. 금리가 내린다는 것은 채권 가격은 오른다는 뜻으로, 투자자들이 증시 하락 등을 우려해 안전자산인 국채에 몰린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역시 안전자산으로 취급받는 달러화 가치도 상승했다. 16개 외국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WSJ달러지수는 0.3% 올라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경제 활동이 다시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에 유가는 급락했다. 이날 상품시장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7.5% 급락한 배럴당 66.4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이다. 북해산 브렌트유 역시 7% 가까이 떨어져 70달러 선이 깨졌다.

이날 월가의 충격은 최근 몇 달간 잘 나가고 있는 미국 경제의 분위기와는 상당히 다른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올 2분기(4~6월) 미국이 연율 기준 9% 안팎 급성장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만일 현실화된다면 이는 1983년 이후 거의 40년 만에 가장 빠른 경제 성장세다. 미국인들의 소비가 크게 늘면서 기업 실적도 1년 전 팬데믹이 시작됐을 때와 비교해 70% 이상 오를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왔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미국의 성장세가 올해 7% 가량을 기록한 뒤 내년부터는 3% 이하로 급강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팬데믹 이후 경제활동 증가세가 정점을 찍은 데다, 백신 접종 속도가 떨어지면서 바이러스의 재확산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이달 초부터 소비자 심리지수도 다시 떨어지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다만 델타 변이가 기존의 경제 회복세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반론도 여전히 나온다. 월가 헤지펀드계의 대부인 빌 애크먼은 이날 CNBC에 출연해 “(델타 변이로 인한) 사람들의 행동 변화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며 오히려 지금까지 백신을 접종 안하던 사람들이 이로 인해 백신을 더 맞게 될 것으로 본다”며 “엄청난 경제 호황을 보게 될 것이다. 올 가을 극도로 강한 경제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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