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올림픽 유치에 결정적 기여… 슈퍼마리오 분장으로 직접 홍보도
코로나 탓 반대 여론 높아지자 가을 총선 의식 개회식 불참 선언
자민당 의원 상당수도 참석 망설여… 개회식 쇼 연출 감독 전격 해임
8년 전 도쿄 올림픽을 직접 유치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23일 대회 개회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한 것을 두고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올림픽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슬그머니 발을 뺀다는 것이다.
일본 민영방송 TBS가 22일 보도한 아베 전 총리의 개회식 불참 기사에는 이날 오후 8시 현재 58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코로나19를 이긴 증거로서 올림픽 개최를 약속해 놓고 개회식에서 도망가다니 비겁한 남자” “조금도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증거” “총선이 가까워져 눈에 띄고 싶지 않은 것” 등 비판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아베 전 총리뿐 아니라 집권 자민당 의원 상당수도 개회식 참석을 망설이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22일 보도했다. 정부의 올림픽 강행에 부정적인 여론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개회식에 참석하면 가을 총선거에서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민당의 한 간부는 마이니치에 “관중석에 앉아 있다가 사진이 찍히면 분명 비판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판 여론이 특히 아베 전 총리에게 집중되는 것은 그가 도쿄 올림픽 유치의 1등 공신이기 때문이다. 그는 2013년 9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 참석해 “후쿠시마의 (원전) 오염수는 완전히 차단되고 있다”는 연설을 해 대회 유치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폐회식 때는 일본을 대표하는 게임 캐릭터인 슈퍼마리오 분장을 하고 등장해 도쿄 올림픽을 세계에 알렸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될 무렵 사상 최초의 ‘올림픽 1년 연기’를 결정한 것도 그다. 모리 요시로(森喜朗) 당시 도쿄올림픽조직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2년 연기’를 제안했지만 아베 총리가 ‘1년 연기’를 결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올림픽 취소나 연기, 무관중 경기 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때도 아베 전 총리는 ‘완전한 형태’의 올림픽을 고집했었다. 조직위는 올림픽 개회식에 IOC 위원과 각국 정상 등 해외 인사 800명, 국내 인사 150명 등 총 95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21일 밝혔다. 애초 올림픽 관계자 등 1만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10분의 1로 줄었다.
조직위는 개회식 연출을 맡았던 고바야시 겐타로(小林賢太郞) 씨를 해임했다고 22일 발표했다. 개그맨 출신인 그는 과거 상대 개그맨과 얘기를 주고받다가 “유대인 집단학살 놀이를 하자는 말이지”라고 말한 게 문제가 됐다. 어떤 차별도 금지하고 있는 올림픽 헌장에 위배되는 발언을 한 것이다. 고바야시 씨의 문제 발언이 담긴 동영상이 유튜브 등에 확산되고 있다. 유대계 국제인권단체인 사이먼비젠탈센터는 고바야시 씨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IOC 사정에 밝은 올림픽 관계자는 마이니치와의 인터뷰에서 “서양의 가치관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발언으로 메가톤급이다. 해임으로 끝낼 게 아니라 선수 입장만 하는 등으로 모든 개회식 연출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개회식 연출과 관련해 여성 연예인을 돼지로 분장시켜 개회식에 등장시키자는 아이디어를 내 비판받았던 총괄책임자 사사키 히로시(佐¤木宏) 씨가 3월 사임했고, 과거 학창 시절 동급생을 ‘이지메(집단 따돌림)’한 문제로 음악 감독 오야마다 게이고(小山田圭吾) 씨가 최근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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