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내 이라크에서 미군 전투 임무를 종료한다고 26일 밝혔다. 앞서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철군 작업을 사실상 종료한 미국이 이라크에서도 손을 떼게 됨으로써 중동에서의 주요 군사 활동을 끝내게 되는 것이다. 외신들은 “앞으로 중국 견제에 집중하기 위한 미국의 정리작업”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무스타파 알카드히미 이라크 총리와의 회담 전 모두 발언을 통해 “연말부터 우리는 이라크에서 전투 임무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라크에서 미국의 임무는 전환된다”며 “우리는 이슬람국가(ISIS·극단주의 무장세력)를 다루는 데 있어서 훈련하고 지원하며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7년 17만 명에 달했던 이라크 주둔 미군 규모는 현재 2500명 수준이다.
미군은 2003년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군이 이라크를 침공한 이후 18년 간 이라크에 주둔해왔다. 2011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중재한 안보협정에 따라 이라크에서 철수했다가 2014년 IS가 세력을 확대하자 대테러 임무 수행을 목적으로 다시 파병됐다. 4000명에 달하는 이라크 전쟁의 미군 전사자는 대부분 2011년 이전에 발생했다.
아프간 철군 결정과 달리 이라크의 경우는 이라크 측이 먼저 미군의 전투 임무 종료를 권고한 데 따라 이뤄진 것이다. 이라크는 지난해 1월 미군을 포함해 자국에 주둔 중인 외국 군대의 철수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알카드히미 총리는 최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더는 미군 전투병력이 필요 없다”고 했다. 임무가 전환되는 이라크 내 미군이 최종적으로 몇 명이나 남게 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WP는 이날 발표에 대해 “중동과 테러리즘에 집중했던 ‘포스트 9·11’ 시대의 미국 외교 초점을 중국이나 사이버공격으로 옮기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노력”이라고 분석했다. CNN방송도 “아프간과 이라크 주둔 미군에 대한 발표는 20년 전 만들어진 미국의 외교정책을 전환해 중국의 위협에 초점을 맞추고자 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시도를 보여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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