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의 저명한 천체물리학자가 주축이 된 과학자들이 미확인비행물체(UFO)의 정체를 밝힌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26일(현지시간) 에이브러햄(에비) 로엡 하버드대 천문학부 교수가 UFO를 포함해 외계 기술 문명의 증거를 찾는 ‘갈릴레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수십 년간 UFO의 존재에 대해 침묵해온 미 국방부가 9쪽 분량의 예비보고서를 내고 UFO를 미확인 항공 현상(UAP·unidentified aerial phenomena)으로 부르며 처음으로 존재를 인정한 지 한 달여 만에 나온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로엡 교수는 프로젝트 홈페이지에서 “UAP에 대한 미 정부의 보고서가 발표됐으니 이제는 과학계가 체계적이고 과학적이며 투명하게 외계 기술의 증거를 찾을 필요가 있다”며 “외계 기술의 발견이 과학과 인류 전체 세계관에 미칠 영향은 엄청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출신의 이론 천체물리학자인 로엡 교수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하버드대 천문학부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학부장을 맡았고, 지금은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 이론및계산연구소장으로 있는 등 저명한 과학자로 꼽힌다. 그는 2012년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우주 연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됐고, 2015년에는 ‘실리콘밸리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브레이크스루상’을 선정하는 브레이크스루상 재단의 과학이론 책임자로도 임명됐으며, 2016년에는 ‘블랙홀 이니셔티브’를 주도했다. 당시 행사에는 블랙홀 연구로 유명한 스티븐 호킹 박사가 참석해 화제가 됐다.
로엡 교수가 외계 기술 문명과 관련해 처음 공개적으로 입장을 나타낸 때는 2018년이다. 2017년 10월 ‘오무아무아(Oumuamua·하와이어로 ’정찰병‘이라는 뜻)’라는 성간 천체가 관측됐는데, 오무아무아는 태양계 바깥에서 온 성간 천체로는 처음 관측된 데다가 혜성처럼 가스 방출을 하지도 않고, 소행성처럼 포물선 궤도로 비행하지도 않아 천문학자들의 의구심을 자아냈다. 일각에서는 오무아무아가 외계 고등생명체가 태양계를 탐사하기 위해 보낸 인공물, 즉 UFO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2018년 로엡 교수는 오무아무아의 특성을 분석한 결과 평범한 암석형 천체가 아니라 태양 복사 압력을 이용해 가속하는 얇은 태양돛과 같은 인공물일 가능성이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올해 1월 ‘외계생명체: 지구 너머 지적 생명체의 첫 신호(Extraterrestrial: First Sign of Intelligent Life Beyond Earth)’라는 책을 출간하고 오무아무아가 외계인이 만든 일종의 우주 비행 장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로엡 교수는 “우리가 하늘에서 보는 것은 정치인이나 군인이 해석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들은 과학자로 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과학계가 알아내야 한다”고 밝혔다.
갈릴레오 프로젝트에는 프린스턴대, 캘리포니아공대, 영국 케임브리지대, 스웨덴 스톡홀름대 등 전 세계 천체물리학자들이 참여한다. 연구비는 개인 기부로 충당하며 지금까지 175만 달러(약 20억 원)가 모였다.
갈릴레오 프로젝트는 오무아무아처럼 태양계 바깥에서 온 성간 천체를 탐사하고, UAP를 식별하기 위해 망원경 관측을 진행하며,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데이터를 분석할 계획이다. 로엡 교수는 2022년 칠레에서 가동 예정인 구경 8.4m의 광학망원경 ‘LSST’가 작동을 시작하면 오무아무아 같은 성간 천체가 더 많이 발견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는 ‘사이언스’에 “최신 센서가 장착된 구경 1m 망원경을 1km 떨어진 물체에서 1mm 수준까지 자세히 관측할 수 있고, 이런 장비는 50만 달러(약 5억7000만 원)면 구비할 수 있다”며 “연구비만 충당할 수 있다면 전 세계 곳곳에 이런 장비 10대를 세우고 UAP를 찾기 위해 하늘을 훑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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