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경찰 등 포함해 34만명 대상… 시장 “가을학기前까지 모두 마쳐야”
최근 확진자 급증하자 이례적 조치, 캘리포니아주-보훈부도 같은 지침
마스크 의무화 때처럼 반발 우려… “백신, 정식승인 없어 위법” 의견도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 빠른 속도로 퍼지자 연방과 지방정부 기관들이 잇달아 공공 부문부터 백신 접종을 사실상 의무화하기 시작했다. 백신 접종이나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는 것에 대한 미국인들의 저항이 비교적 강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조치다. 전파력 높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 최근의 코로나19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다.
뉴욕시는 26일 시 공무원 전원에게 9월 13일까지 백신 접종을 마치라고 요구했다. 접종 대상자는 교사와 경찰 등을 포함해 모두 34만 명에 이른다. 9월 13일은 여름방학을 끝내고 공립학교가 가을학기 대면수업을 시작하는 날이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26일 언론 브리핑에서 “9월은 종업원들이 사무실에 출근하기 시작하고 학교가 개학하며 여름휴가에서 사람들이 돌아오는 시기”라며 “이는 뉴욕시의 회복과 사람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이들이 백신을 맞지 않는다면 일주일에 한 번씩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또 공공 부문뿐 아니라 민간 사업장에도 백신 접종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했다. 전체 주민의 약 60%가 1회 이상 백신을 맞은 뉴욕시는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하루 신규 확진자가 200명 안팎이었는데 지금은 4배 수준으로 늘었다.
이날 캘리포니아주도 24만6000명에 이르는 주정부 공무원, 의료 종사자들에게 같은 지침을 발표했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이들에게 백신 접종 증명서를 요구하고, 만약 백신을 맞지 않았다면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정부 차원의 백신 접종 의무화 사례도 처음 나왔다. 미국 보훈부는 이날 직원들 중 환자와 접촉이 많은 의료 담당 인력 11만5000명에게 두 달 안에 백신을 맞으라고 지시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금까지 국민들의 백신 접종을 독려해 왔지만 이를 의무화하는 것에는 거리를 뒀다. 하지만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바이러스의 재확산세가 심각해지자 접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미국의사협회(AMA), 미국간호사협회(ANA) 등 약 60개 의료단체는 26일 공동성명을 내고 “의료시설과 장기 요양시설들이 직원에게 백신 접종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일부 대학에서는 올가을 대면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학생들이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문제는 이런 조치가 확산될 경우 지난해 마스크 착용 의무화 때처럼 찬반 세력 간 갈등이 커지면서 여론의 역풍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백신은 당국으로부터 긴급사용 승인만 받았을 뿐 정식사용 승인은 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접종을 강제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 때문에 백신 접종 의무화의 정당성을 두고 소송이 잇따를 수도 있다. 최근의 판례들을 보면 법원은 접종 거부자들보다는 접종을 요구하는 각급 기관들의 손을 더 많이 들어주는 추세라고 CNN은 보도했다. 지난달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한 병원 직원들이 “백신 접종 의무화는 불법”이라고 주장하며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 법원은 “백신 접종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보다는 생명을 구하고 환자를 돌보는 공익이 우선”이라며 직원들의 주장을 받아주지 않았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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