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올림픽에 참가 중인 동유럽 벨라루스의 육상선수 크리스티나 치마누스카야(25·여)가 “코치진의 불합리한 처사를 폭로하자 나를 반체제 인사로 몰아 강제 귀국시키려한다”며 폴란드 망명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망명 이유로 “귀국하면 감옥에 갈까 두렵다. 벨라루스는 안전하지 않다”고 밝혔다.
BBC 등에 따르면 벨라루스 대표팀 관계자들은 1일 치마누스카야를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터키 이스탄불로 가는 여객기에 탑승시키려 했다. 공항 경찰의 도움을 얻어 간신히 출국을 면했고 2일 도쿄 주재 폴란드 대사관을 찾아 망명을 신청했다. 이날 일본 지지통신은 “폴란드가 인도적 이유로 비자를 발급했다. 그가 조만간 폴란드로 출국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그는 지난달 30일 인스타그램에 “코치진이 상의없이 100, 200m 단거리가 주종목인 나에게 이달 5일 열리는 1600m 계주에 참가하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일방적 지시는 코치진이 원래 선수의 도핑 절차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그가 출전하지 못했고 자신이 대체 선수로 선발된 탓이라고 했다. 그가 출전을 거부하자 코치진은 지난달 31일 100m 여자 육상 경기의 출전을 막았고 출국까지 지시했다.
사태의 진짜 원인은 1994년부터 장기집권 중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67)의 독재라는 분석이 나온다. 치마누스카야가 비판한 코치진은 루카셴코의 장남 겸 정치적 후계자 빅토르(46)의 측근이나 다름없다. 빅토르는 3월 벨라루스 올림픽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했다. 벨라루스에서 빅토르를 비판하는 것은 루카센코 비판과 동의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치마누스카야는 국제 사회가 부정선거라고 규탄하는 지난해 8월 벨라루스 대선 때도 소셜미디어로 루카셴코의 승리 및 반대파 탄압을 비판하는 등 오래 전부터 정권의 눈밖에 난 상태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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