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4차 유행]英, 12월초까지 접종 완료키로
“빈곤국 백신 보급이 먼저” 비판속, “고위험군 외엔 효과 불분명” 주장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은 주요 국가들이 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한 추가 접종(부스터샷)을 본격화하고 있다. 전파력 높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최근 급속히 확산하고 있고, 백신 접종 완료자라도 시간이 지나면 코로나19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종식을 위해서는 빈곤국 등에 백신을 보급하는 게 더 시급하고, 면역 취약계층 말고는 부스터샷 필요성이 확실치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영국은 다음 달 6일부터 50세 이상과 면역 취약층 등 3200만 명에게 부스터샷을 접종할 계획이라고 1일(현지 시간) 영국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매주 240여만 회씩 추가 접종해 12월 초까지 완료하는 게 목표다. 카롤리나 다리아스 스페인 보건장관도 “새 변이 바이러스들이 의료 시스템의 보호 수준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3차 접종과 관련해 남은 결정은 언제 시작하느냐는 것뿐”이라고 지난달 30일 말했다. 독일 역시 9월 1일부터 고령자 대상 3차 접종을 추진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12일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에게 부스터샷을 놓기 시작한 데 이어 같은 달 30일 접종 대상을 ‘2회차 접종 5개월이 지난 60대 이상’으로 넓혔다. 일본도 2022년 3차 접종을 검토하고 있는데 내년 초 미국 모더나 등으로부터 백신 5000만 회분을 추가로 받기로 계약했다고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당국은 요양원 거주자를 대상으로 부스터샷 필요성을 조사할 계획이다.
부스터샷은 백신의 예방 효과가 시간이 지나며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델타 변이가 확산 중인 이스라엘은 화이자 백신이 증상이 있는 감염을 예방하는 효과가 6월 말∼7월 중순 39%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도 백신 접종 완료자가 코로나19에 걸리는 이른바 ‘돌파 감염’이 우려되는 수준이라는 보고서가 공개됐다. 화이자는 자사 백신 접종 6개월 뒤 증상이 있는 감염 예방 효과가 96%에서 84%로 떨어졌고, 부스터샷 접종 뒤 델타 변이에 대한 항체 수준이 5∼11배 증가했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각국의 백신 접종률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 접종 거부층 말고는 백신을 맞힐 사람이 별로 없다는 점도 추가 접종 추진의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은 올해 3월 20일 하루에만 백신을 84만 회 접종했지만 7월 30일에는 20만 회로 줄어들었다. 영국은 이달 1일까지 성인의 72%가 2회 접종을 마쳤다. 최근까지 각각 인구의 51.6%, 57.6%가 2차 접종을 완료한 독일과 스페인도 6, 7월 들어 접종 속도가 둔화했다.
세계 인구의 70%가 백신을 한 번도 맞지 못한 상황에서 일부 선진국의 부스터샷은 비윤리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인구 13억 명인 아프리카의 백신 접종 완료 비율은 2%가 채 안 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취약계층에 백신을 접종하지 못한 나라도 많다”며 부스터샷에 반대해왔다. 부스터샷이 제약회사의 상술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국암치료센터 종양학자인 잘랄 베그 박사는 지난달 31일 미국 NBC방송 기고문에서 “부스터샷은 노인이나 면역 취약 환자 말고는 효과가 분명하지 않다”며 “화이자가 부스터샷으로 수십억 달러어치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부스터샷은 백신 수요 증가로 이어져 가격 상승을 낳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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