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독재’ 벨라루스 대통령 “조만간 사임”…권력 이양 미지수

  • 뉴시스
  • 입력 2021년 8월 10일 12시 37분


취임 기념 기자회견…"야당에 넘기진 않겠다"

벨라루스를 27년째 장기 집권해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조만간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다만 시기는 특정하지 않아, 실제 권력을 이양할지는 미지수다.

9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열린 취임 기념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벨라루스 헌법이 개정된 뒤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 일이 “조만간 일어날 것”이라면서도, 정확한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자신에 반하는 야권 정치 세력이 권력을 잡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부정 선거 의혹이 제기된 지난해 8월9일 대선에 대해선 “완전히 투명하게 치러졌다”며 “정권을 공격하는 야당은 쿠데타를 준비 중”이라고 맹비난했다.

야권 인사나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인물을 감금해 탄압한다는 의혹은 강하게 부인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벨라루스에서 탄압을 자행한다는 건 나 자신을 총으로 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절대 선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시위 참가자들이 정권에 의해 구타와 고문당한 증거가 다수 확인됐다는 질문엔 “법 집행기관에 의해 그랬을 수도 있다”면서 “폭력 시위를 했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돌렸다.

2020 도쿄 올림픽 출전을 위해 방일한 뒤 폴란드로 망명한 육상선수 크리스치나 치마노우스카야에 대해선 “외국의 앞잡이”라고 비난하며 배후 세력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1994년부터 벨라루스를 장기 집권해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유럽의 북한’ 등으로 불린다. 지난해 8월9일 대선에서 6선에 성공했지만,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리면서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 5월엔 반체제 언론인 로만 프로타세비치를 체포하기 위해 여객기를 강제 착륙시켰으며, 이후 미국과 유럽 등 서구 국가들은 경제 제재를 가하며 루카셴코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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