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무장 조직 탈레반이 미군 철수 후 34개주(州) 중 9개 주도를 장악하며 빠르게 세력을 확장하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수도 카불에 있는 주아프가니스탄 대사관 인력 축소를 검토 중이라고 10일(현지시간) CNN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철군 이후에도 아프간 정부에 대한 외교적 지원은 계속한다고 밝혔지만, 이미 정부 붕괴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미 정부 고위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아프간 정부 붕괴 시점이 당초 예상한 6개월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고 CNN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인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CNN에 “현재 국무부가 대사관 필수 인력을 파악 중으로, 앞으로 며칠 적어도 몇 주 내로 일부 인원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아프간 대사관은 수백 명이 근무하던 최대 규모 공관이었지만, 이미 올 초부터 몇 달간 조금씩 인력을 축소해왔다.
초반에는 외교 인력 축소에 반대했던 정부 인사들조차 입장을 바꾸기 시작했다. 다른 소식통과 국방부 관계자는 “카불이 즉각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고 느끼지는 않지만 대비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서 “(상황이 악화했을 때) 인원이 많으면 대피가 어렵기 때문에 국방부로선 대사관 인력 감축을 적극 찬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사관 철수 명령이 내려지면 미군은 대사관과 공항, 도로와 영공의 보안을 확보하기 위해 다수의 미군을 지상에 배치할 계획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8월 31일을 철군 완료 시한으로 설정했고, 현재까지 95%의 군 병력이 아프간을 떠났다.
지난 주말 주아프간 대사관은 현지 교민들에게도 “현재 치안 상황과 축소된 인력 사정을 감안할 때 대민 지원이 제한될 수 있다”며 “가능한 민항기를 이용해서라도 즉시 출국해달라”고 공지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이 아프간 정부에 대한 외교적 지원을 유지할 것이란 바이든 정부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할 것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은 지난달에도 “철군을 하고 있지만 미국이 아프간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면서 “계속 외교적으로 관여하고 경제, 인도주의, 개발원조, 치안병력 지원 등을 파트너국들과 수행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현재 치안 환경이 좋지 않다”면서 “매일 현지 상황을 평가·주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이날 카불에서 200여㎞ 떨어진 북부 Δ바글란주 주도 풀리쿰리와 Δ바다흐샨주 주도 파이자바드를 추가로 점령했다.
앞서 함락된 북부 Δ주즈잔주 주도 셰베르간 Δ사레폴주 주도 사레폴 Δ쿤두즈주 주도 쿤두즈 Δ탁하르주 주도 탈로칸 Δ파라주 주도 파라, 이란 국경 근처인 남서부 Δ님루즈주의 주도 자란즈와 Δ파라주 주도 파라 등 현재까지 총 9개 주도가 탈레반 손에 넘어간 것이다.
3대 도시 중 이미 쿤두즈를 장악하고 경제중심지 마자르이샤리프까지 위협하는 상황에서 수도 카불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3강과 인근 파키스탄은 카타르 도하에서 만나 현지 시간으로 11일 아프간 문제를 논의한다. 잘메이 칼릴자드 미 아프간 특별대표가 이미 지난 9일 도하로 출국했다고 국무부는 전했다.
러시아는 구소련 시절인 1979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해 1989년 철군했다. 탈레반은 이후인 1994년 결성돼 빠르게 세력을 확장, 2001년 미국 침공 전까지 아프간을 지배했다. 미국은 9·11테러의 주동자인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알카에다와의 연계와 은신처 제공 등을 명목으로 탈레반이 지배하던 아프간을 침공한 바 있다.
중국의 경우 최근 아프간 탈레반 대표단을 따로 만나 같은 이슬람권인 중국 내 신장 위구르족 무장단체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는 지시를 탈레반에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선 미군과 미·유럽 연합군인 나토 병력, 영국군이 모두 떠난 아프가니스탄에서 중국이 대테러 지원 군사기지를 건설하고 활동을 시작, 영향력을 넓혀 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파키스탄은 그간 탈레반이 미국과의 ‘20년 전쟁’을 버텨내는 데 막후 지원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파키스탄 정부는 이를 부인하는 입장이다. (서울=뉴스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