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출판사, 대만 작가 책 ‘보이콧’…“교류 닫힐까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1일 15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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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대만 긴장 심화로 도서 출판까지 어려워져
사상 교류의 핵심 출판계, 인적·문화적 교류 기회 닫힐까 우려
‘대만 음식’ 표현 들어간 요리책까지 문제돼
당 차원 공식 금지령 없지만 본토 출판사 자체 검열

대만 작가 아이리스 창이 자신의 책 ‘예술과 놀기’라는 책을 들고 서 있다. 창은 4년 전 중국 본토 출판사와 이 책의 출판계약을 맺었지만 양안 갈등의 심화로 책은 아직 초판 인쇄도 하지 못 한 상태다.
대만 작가 아이리스 창이 자신의 책 ‘예술과 놀기’라는 책을 들고 서 있다. 창은 4년 전 중국 본토 출판사와 이 책의 출판계약을 맺었지만 양안 갈등의 심화로 책은 아직 초판 인쇄도 하지 못 한 상태다.
중국과 대만간 정치적 긴장의 불똥이 출판계로까지 튀고 있다.

AP통신은 11일 대만계 작가 아이리스 치앙의 사연을 소개했다. 치앙의 책 ‘예술과 놀기’는 아이들에게 예술을 감상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내용이다. 4년 전 중국 출판사와 판권 계약도 마쳤다. 하지만 책은 아직 초판도 찍지 못했다. AP는 치앙을 “중국과 대만의 갈등이 심화된 데 따른 피해자”라며 “출판계는 중국이라는 큰 시장을 잃는다는 것 외에도 30년 넘게 이어진 양국간 문화 교류 기회가 사라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간 중국 공산당의 출판금지는 종교나 정치 지도자의 일대기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소재의 책에만 적용되던 일이었다. 중국과 언어가 같고 역사적 배경을 공유하는 대만 출판사들의 책은 그간 중국 본토에서 별다른 제약 없이 판매됐다. 80~90년대 룽잉타이(龍應台), 산마오(三毛) 등 대만 유명 작가의 작품이 중국 본토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만 출판사 꼬리표가 붙은 책은 소재를 불문하고 본토 출판이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대만 작가의 요리책 두 권을 중국에서 출판한 경험이 있는 대만 주간 비즈니스 편집자 로자인 리우는 “과거에는 주로 종교 관련 서적만 검열의 대상이었다. 가령 대만 음식에 대한 책은 괜찮았다. 하지만 이젠 ‘대만 음식’이라는 표현 자체가 문제가 된다”고 했다. 라우는 그간 북페어에서 중국 본토 출판계 사람들과 교류하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지만 현재의 정치적 긴장은 이런 기본적인 사람들 간의 교류도 사라지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중국 공산당이 공식적으로 대만 책 출판 ‘전면금지령’을 내린 것은 아니다. 다만 대만 출판사들은 본토 출판사들이 알아서 자기 검열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대만의 링킹 출판사 대표 린든 린은 “출판 교류는 사상의 교류다. 이런 교류는 출판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은 최근 자국민의 대만 관광객과 유학생 수 줄이기에도 나서고 있다. 최근 대만에서 열린 중국어권 영화·음악 시상식인 골든 로스터, 골든 멜로디에서도 중국은 자국 예술인들의 참석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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