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리들이 최근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공세로 아프가니스탄이 이르면 한 달에서 세 달 사이 붕괴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현지시간) 미국 관리들의 발언을 인용해 내전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아프간의 앞날을 전망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들은 미군 철수로 인한 아프간 내 급속한 안보 붕괴로 예상보다 빨리 아프간 수도 카불이 함락될 것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수의 관계자들은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익명을 요구했다.
한 관계자는 지난 10일 미군이 아프간 수도가 90일 이내 붕괴될 수 있다고 말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30일 이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군 관계자 중 한 명은 “모든 것이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한 관계자는 “정보당국은 지난 6월 아프간이 미군 철수 후 빠르면 6개월 만에 붕괴될 수 있다고 평가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탈레반은 아프간 내 미군 철수 후 기승을 부리며 영토 장악에 나섰다. 북부 지역을 시작으로 국경 주요 지역 점령에 나서더니 최근 수일 동안은 아프간 주도 주요도시 9곳을 점령했다.
미국 국방부 관계자는 군사기획자들이 미군과 외교관들이 긴급 철수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시나리오를 작업해왔고 그 결과 일부 시나리오는 30~90일 이내 카불이 함락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철군 결정에 대해 후회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20년 동안 1조 달러(1157조2000억원)을 (아프간 전쟁에) 썼다. 우리는 현대식 장비로 30만 이상의 아프간 군대를 훈련하고 정비했다. 그리고 아프간 지도자들은 함께 모여야 한다”고 전했다.
아프간 수도 카불 주재 미국 대사관 등 시설이 언제까지 운영돼야하는지도 관건인데, 미국 국무부는 아직 변동이 없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0일 “확실히 안보 환경이 불안하다”면서도 “우리는 매일 위협적 환경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아프간 정부군이 탈레반보다 수적으로 우세하며 30만명의 전투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 아프간 정부군에 공군 장비를 포함한 현대식 무기를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탈레반은 최근 아프간 정부로부터 압수한 무기와 장비들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중에는 아프간 군 휘장이 새겨진 차량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행정부에서 아프간과 파키스탄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검토했던 전 CIA 사무관 브루스 리델은 “아프간의 상황은 예상보다 더 빠르게 암울해지고 있다”며 “탈레반의 공세가 아프간 정부군을 압도하고 카불을 붕괴시킬 위험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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