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스가, ‘가해책임-반성’ 언급 없이 아베처럼 ‘자위대 역할 확대’ 시사

야스쿠니신사에 공물 보내
아베와 각료 5명은 직접 참배
日王 “과거 돌아보며 깊은 반성”

15일 오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 14명의 위패가 합사된 도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아사히신문 제공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태평양전쟁 패전(종전) 76주년인 15일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서 자위대 역할 확대로 받아들여지는 ‘적극적 평화주의’를 주창했다. 과거 침략전쟁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명은 없었다.

스가 총리는 이날 도쿄에서 열린 정부 주최 추도식에서 “전쟁의 참화를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신념을 지켜 나가겠다”며 “우리나라는 적극적 평화주의의 깃발 아래 국제사회와 힘을 합쳐 세계가 직면한 다양한 과제 해결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적극적 평화주의’는 2013년 당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쪽으로 헌법 개정에 의욕을 보이면서 도입한 개념이다. 겉으로는 국제사회의 평화에 기여하겠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안보는 스스로의 힘으로 지켜야 한다’는 의미로 자위대의 역할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스가 총리의 추도사에 대해 “적극적 평화주의뿐 아니라 지난해 ‘역사에 대해 겸허하게 마주 보고 직시한다’는 표현을 뺀 것까지 따라하는 등 아베 전 총리의 노선을 답습하는 자세가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교도통신은 “아베 전 총리의 지난해 추도사와 구성과 표현이 거의 같았다”며 복사를 해 붙여 넣었다는 의미의 ‘카피&페이스트’라는 표현을 기사 제목에 달기도 했다. 교도통신은 최근 30년간 역대 총리들의 추도사 분석 기사를 보도하며 “1990년대 아시아에 대한 가해 책임,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죄가 추도사에 포함돼 왔지만 2012년 아베 전 총리 재집권 후 이런 표현들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즉위 후 세 번째로 종전 행사에 참석한 나루히토(德仁) 일왕은 3년 연속으로 ‘깊은 반성’을 언급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전후로 오랜 평화로운 세월을 생각하고 과거를 돌아보며 깊은 반성 위에 전쟁의 참화가 다시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밝혔다.

아베 전 총리는 이날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찾아 참배했다. 이날까지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환경상,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상 등 모두 5명의 스가 내각 각료가 참배했다. 스가 총리는 참배 대신 집권 자민당 총재 명의로 공물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