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포기한 전쟁에서 미군이 희생돼선 안 된다”며 미군을 철수시켜 아프간 전쟁을 끝내기로 한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16일(현지시간) AP통신 등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나는 내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아프간 언급은 지난 15일 탈레반이 아프간을 차지한 이후 처음 나온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휴가를 위해 13일부터 대통령 별장 캠프데이비드에서 머물다가 이날 백악관으로 돌아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아프간에 대(對) 테러(counter-terrorism) 활동을 하러 들어간 것이지 반군에 대응하러(counter-insurgent) 간 것이 아니”라며 미군의 아프간 철수 결정을 정당화했다.
이어 “미군이 아프간에 머무는 이유가 국가 재건(nation building)이어서도 안 된다”며 “아프간전을 벌인 이유는 9·11테러 주범인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라덴을 제거하기 위함이었으며, 그 목적은 오래전에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국익과 관계없는 다른 나라 분쟁에 주둔하며 싸우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지난 20년간)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 군대보다 규모가 더 큰 30만 명의 강력한 아프간 군대를 훈련시켰고, 필요로 하는 모든 장비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들의 월급을 지불했고, 공군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건 탈레반이 갖고 있지 않은 것들”이라며 “하지만 아프간군은 스스로 싸우려 하지 않았다. 아프간도 포기한 전쟁에서 미군이 희생돼서도, 싸워서도 안 된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만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상황이 빨리 악화했다”며 아프간 정권 붕괴 속도에 미국의 오판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아프간 정치 지도자들은 자국을 포기하고 해외로 떠났다”면서 “지금 미군의 아프간 개입을 중단하는 것은 옳은 결정”이라고 밝혔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레반과 미군 철수 협상을 완료한 상황이어서 자신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기존 주장도 되풀이했다. 이어 “나는 아프간 전쟁을 수행하는 미국의 네 번째 대통령이 됐다. 이 책임을 다섯 번째 미 대통령에게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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