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사태, 美 최악의 정보전 실패”…설리번 경질론도 고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7일 14시 56분


탈레반을 피해 카불에서 탈출한 600여명의 아프가니스탄 시민들. 트위터
탈레반을 피해 카불에서 탈출한 600여명의 아프가니스탄 시민들. 트위터
미국이 철군 이후의 탈레반 움직임과 아프간 정부의 무력한 대응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아프간을 아비규환 상황으로 만든 것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게 불붙고 있다. “베트남전 이후 최악의 정보전 실패”라는 평가 속에 외교안보 고위당국자에 대한 경질론까지 제기됐다.

폭스뉴스는 16일(현지 시간) 현재의 아프간 상황을 미국 ‘정보당국의 실패(intel failure)’로 규정했다. ABC방송도 “백악관은 현 행정부의 가장 큰 정보전 실패로 평가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지적하는 등 외신과 전문가들의 혹독한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워싱턴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빌 로지오 선임연구원은 CNBC방송에 “베트남전 당시 구정공세(뗏 공세·Tet offensive) 이후 가장 큰 정보전 실패”라고 비판했다. ‘구정공세’는 북베트남군이 설 연휴기간에 방심한 틈을 타 남베트남군을 상대로 나섰던 전면 공격을 말한다. 당시 미국은 베트남전의 판세를 뒤집어놓은 이 공격 계획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

영상출처 @CastleFranchico 트위터.
영상출처 @CastleFranchico 트위터.

폴리티코에 따르면 지난달 국방부 당국자들은 의회에 브리핑을 할 당시 “철군 이후 아프간 정부가 정치적으로 안착할 때까지 공군과 지상 병력이 버텨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탈레반의 진격으로 인한 아프간 정부의 붕괴 시점 예측도 당초 철군 후 1년 6개월이라고 했다가 90일까지 줄어들었지만 사실상 걸린 시간은 철군 종료 후 채 열흘도 되지 않았다.

전직 미 해병대 중령인 마이클 자키아는 “미국이 탈레반의 부족적 역동성을 이해하지 못했고, 문화적으로 둔감했으며 실태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즈에 “정보당국이 정기적으로 상황을 업데이트 해왔음에도 당국자들은 집단사고의 틀에 갇힌 채 충분히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미국 내에서 경고 목소리가 없지는 않았다. 스캇 밀러 전 아프간 주둔군 총사령관은 6월 “미군 철수로 아프간 전역의 탈레반이 집결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내전 위험을 경고하는 등 전현직 군 당국자들은 잇달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최종 선택은 8월 말까지 전원 철수였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탈레반의 장악이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며 오판을 인정했다.

아프간 사태를 놓고 일각에서는 책임자 경질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선임보좌관을 지낸 브랫 브루언은 USA투데이 기고문에서 설리번 보좌관의 경질 필요성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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