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왕이 “미국, 아프간 교훈삼아 타국에 美모델 억지 적용 말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7일 14시 58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상황에서 벌어지는 혼란에 대해 중국이 “미국은 이번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나섰다. 역사·문화가 다른 나라에 미국 모델을 억지로 적용하면 실패한다는 훈계와 함께 중국에 대해서도 다름을 인정하고 공존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7일 중국 외교부는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전날 아프간 상황과 관련해 전화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누가 먼저 전화를 걸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최근 아프간 문제로 다급해진 미국이 주변 국가들과 연쇄적으로 접촉하고 있는 점으로 미뤄볼 때 미국 측이 중국에 협조를 구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전화 통화에서 “역사와 문화, 국민정서가 완전히 다른 나라에 외국 모델을 적용하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이 재차 증명됐다”며 “한 정권은 국민의 지지 없이는 설 수 없으며, 힘과 군사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 문제만 더 커질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미국은 이데올로기, 사회제도, 역사,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서로 다르다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며 누구도 상대방을 바꿀 수 없다”며 “미중 두 강대국이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공동으로 모색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가 신장위구르족 독립운동 세력인 ‘동투르키스탄 이슬람 운동(ETIM)’을 테러리스트 지정에서 철회한 것에 대해 “대(對)테러 문제에 이중 잣대를 적용한 것이며 위험하고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프간 문제에 대해 “연착륙을 추진하고, 새로운 내전이나 인도주의적 재난, 테러리즘 기지화 등을 막기 위해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이 아프간 탈레반과 비슷한 성향의 중국 내 분리 독립 세력을 특정해서 언급한 뒤 미국과 대화할 수도 있다고 한 것은 향후 아프간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이 사안을 집중 부각시키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된다.

왕 부장의 언급에 대해 블링컨 장관은 “미국과 중국이 주요 국제·지역 문제에 대한 의사소통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미중 간에 분명한 차이점이 있으나 건설적 방법을 통해 점진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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