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7일(현지 시간) 아프가니스탄과 달리 한국이나 유럽에서는 주둔 미군을 감축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반복해서 밝혀온 바와 같이 한국이나 유럽으로부터 우리 병력을 감축할 의향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아프간 사태에 대한 대국민연설에서 “미국의 국익이 없는 전장으로 우리의 아들, 딸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한 발언과 관련해 한국도 그 대상에 포함되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설리번 보좌관은 한국과 유럽 같은 동맹국에 대해 “우리가 오랫동안 주둔해온 곳”이라며 “내전이 벌어지지 않고 있지만 잠재적인 외부 적을 다루고, 이들로부터 우리의 동맹을 보호하기 위해서 (병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따라서 이들 지역은 우리가 아프간에서 주둔했던 상황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날 발언은 미군의 철수 직후 탈레반의 점령으로 아비규환이 된 아프간 상황을 보면서 다른 동맹국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차단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년 간 최대 2조 달러가 넘는 자금을 투입하고도 현지 정부의 부패와 무능함, 종교적 갈등 등으로 성과를 보지 못한 채 미국이 철군을 결정한 아프간과 다른 동맹들의 상황은 다르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까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의 협상 과정에서 계속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그 현실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다. 더구나 북한도 집요하게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최근 담화에서 한미연합훈련 취소를 요구하면서 주한미군 철수 요구까지 같이 꺼내들었다. 그는 담화에서 “조선반도에 평화가 깃들자면 미국이 남조선에 전개한 침략 무력과 전쟁 장비들부터 철거해야 한다”며 “미군이 남조선에 주둔하고 있는 한 조선반도 정세를 주기적으로 악화시키는 화근은 절대로 제거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1월 출범 직후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도 신속하게 타결하며 동맹관계 복원에 시동을 걸었고, 그 과정에서 주한미군 감축을 둘러싼 논란은 잦아들었다. 미 의회는 지난해 12월 주한미군의 규모를 현행 2만8500명 밑으로 감축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2021 국방수권법’을 통과시켰다. 이밖에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발표했던 ‘주독 미군 3분의 1 감축’ 계획도 전면 백지화하며 유럽 동맹국들과의 관계 개선에도 나섰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대국민연설에서 국익을 수차례 강조하며 아프간에서의 철군 정당성을 역설한 것을 놓고 “동맹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할 경우 아프간과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 정가와 싱크탱크에서는 한국이 성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 공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 점,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4자 연합체)’ 동참 같은 미국의 대중(對中) 전선 참여 요구에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는 점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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