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탈레반 자금 수십억 달러 동결… “큰 실수 될 수 있다” 우려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8일 15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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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미국 은행들에 있는 탈레반의 자금 수십 억 달러를 동결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이 같이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 결정에는 국무부와 백악관도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행정부 관리는 “아프간 정부가 미국에 갖고 있는 어떤 자산도 탈레반이 가져가게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WP에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이 같은 사실과 함께 재무부가 뉴욕연방준비은행에서 아프간에 보내는 현금 수송도 긴급 중단시켰다고 보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아프간 중앙은행은 94억 달러의 외환보유고를 갖고 있다. 아프간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아프간 중앙은행은 이중 수십 억 달러를 미국 내에 보유하고 있지만 정확한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탈레반은 이미 9·11 테러로 인해 제재 대상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이번 자산 동결은 별도의 제재 조치가 필요하지 않았다.

이와 별도로 미국이 아프간군에 지급하는 연간 30억 달러의 지원도 끊길 수 있다고 WP는 보도했다. 이 자금은 아프간군이 인권과 여성의 권리 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민간 정부에 의해 통솔되고 있다는 게 확인될 때만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일각에서는 아프간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중단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금도 세계적인 빈국 중 하나인 아프간이 미국의 제재로 더 심각한 경제난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제재는 아프간 국민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어렵게 할 여지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6일 성명에서 “우리는 아프간 국민을 계속 지지할 것이다. 우리가 인도주의적 지원을 이끌겠다”고 말한 바 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센터 마크 웨이스브로트 국장은 “미국 정부가 아프간 중앙은행의 자금을 동결하는 것은 큰 실수가 될 수 있다”며 “이는 탈레반에게 미국이 당신과 아프간 경제를 파괴하고 싶다고 말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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