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프간 철군 이후]내주 G7화상정상회의… 사태 논의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을 합법 정부로 인정할지를 놓고 주요국이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유럽 주요국은 탈레반의 인권침해, 테러단체 지원 전력 등을 문제 삼아 거부감을 드러내지만 중국은 영향력 확대를 위해 탈레반에 손을 내밀고 있다.
아프간전에 군대를 투입했던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17일 “아무도 탈레반 정권을 인정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가 단합된 모습을 보여 아프간이 다시 테러의 땅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끔찍하다’는 표현까지 쓰면서 탈레반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테러 증가의 가능성을 우려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또한 “그들은 제대로 선출된 민주정부를 무력으로 무너뜨렸다. 탈레반을 아프간 정부로 인정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미국은 탈레반의 행동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생각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2021년의 탈레반이 2001년의 탈레반과 다르다고 생각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 탈레반 스스로가 어떤 존재가 될 것인지를 국제사회에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대(對)테러 대응이나 여성 인권 증진 등 서방 세계가 중시하는 분야에서 진정한 변화를 보여줄지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탈레반을 합법 정부로 인정하지 않았던 일본은 새 정부의 태도, 타국 동향을 지켜보면서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이날 “미국 등 관계국과 연대해 대응해 나가겠다”는 원론적 반응을 보였다. 다만 외무성 간부는 요미우리에 “과거처럼 인권 침해를 되풀이하면 (정부) 승인은 힘들 것”이라고 했다.
반면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곧 들어설 아프간 새 정권’이라는 표현을 써서 탈레반에 힘을 실었다. 그는 16일에도 “탈레반이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자세로 이슬람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점에 주목한다”며 두둔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존슨 영국 총리는 다음 주 주요7개국(G7) 화상 정상회의를 열고 아프간 사태의 향방을 논의하기로 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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